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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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분이냐고요? 솔직히 두렵지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안이하게 대처한 게 원인이었다. 병을 키웠고 늦었다 싶을 때 받은 절망적인 진단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당장에 얼마나 살 수 있을지 궁금해도 구렁이 담 넘어가는듯 알듯 모를 듯하며 책임지기 싫다는 꾸며진 포장은 의사들의 한결같은 대화법이었다. 들어도 감동은 없다. 당장 어떤 시작을 해야 할지 후회 막급이지만 누가 대신할 수 없는 혼자만의 숙제이다.

잠을 자면 새벽을 보지 못할까 흐느껴야 하고 사랑해야 할 권리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아픈 슬픔이다. 죽음은 언제나 남의 일 낯선 불청객이었기에 아니라며 뿌리치고 싶어도 정해진 순서의 번호표를 받았다. 어둠을 역전하는 희망의 방법을 짜내야 했고 하늘의 별만큼 많은 간섭이 따라선다. 근사한 마지막이고 싶고 ‘시간아 늦게 가라’며 하는 간절한 기도는 아침과 저녁이 다르지 않다.

그렇게 무심코 지나치던 점집에 발길이 머무르고 먼지 쌓인 성경에 갑자기 드는 애착은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이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 게 책임이자 의무이다. 익숙해졌던 것들과 이별은 가슴 먹먹함이고 잘하지 못한 것의 후회는 용서받고 싶을 만큼 간절한 반성이다. 환자 입장에서 신의 존재를 믿고 싶다는 염원은 말 없는 약속으로 만들어진다. 과거의 화려함은 걸림돌이자 방해꾼이기에 부끄럽지 않은 지금의 소중함을 지켜내자.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땅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고맙다’, ‘감사하다’는 나눔과 봉사가 출발선이다. 삶이 아름다워야 한다며 실천하는 용기가 높은 점수를 받아낸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엄마 손맛이었어요. 현금을 냈는데 주인 아저씨가 기분이 좋다고 2000원을 깎아 주시는 거예요. 돈의 액수보다는 주고받는 정이었어요. 그리고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옆의 무인점포에서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물건을 사면서 카드를 대는데 자꾸 오류가 뜨는 거예요. 문제가 있냐 하니까 신발 깔창을 사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고 해서 대신 3000원을 내 드렸어요. 극구 사양하시는데 저도 받은 게 있으니 돌려주는 거라고 했지요. 왠지 뿌듯함에 얼굴에는 꽃미소가 그려졌어요. 서점에 들러 책을 샀고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는데 아무래도 착한 일을 했다고 하나님이 칭찬을 해 주시는 게 틀림없는 것 같아요.”

처음의 어색함은 구름에 비를 부르듯 완성을 향해 갈 것이고 끝내는 고운 색깔을 지는 이쁨을 선물할 것이다.

‘힘내라’는 진짜의 응원은 어디에서 오는지.

내면의 목소리에 ‘맞다 ’하는 깨우침은 둥지를 벗어난 새가 무지개 너머 행복으로 날아가는 뜨거운 박수의 주인공임을 알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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