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다녔던 어린이집, 이제는 할머니 돌보는 요양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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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읍 어린이집 원아 줄자, 작년 9월 노인요양원 탈바꿈
저출산·고령화 가속화…제주에도 ‘노(老)치원’ 들어설 전망
어린이집 줄 폐원으로 보육시설이 노인 돌봄시설로 교체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행사 모습. 제주일보 자료사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행사 모습. 제주일보 자료사진.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던 A어린이집은 지난해 9월 노인요양시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원아가 40명이었던 이곳은 2년 전 코로나19 당시 원아가 5명으로 줄자 폐원을 했다. 복지법인은 기존 건물을 활용하기 위해 침대를 새로 들여서 노인요양원으로 변경했다.

해당 요양원 관계자는 “농어촌의 저출산·고령화로 어린이집은 정원을 채우기 어려웠는데, 요양원으로 변경하자 입소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수용 정원은 43명이지만 조만간 다 채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지역 합계출산율은 2015년 1.48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6월 0.79명으로 떨어졌다. 출산율 0.79명은 부부가 아이 1명을 채 낳지 않았다는 뜻이다.

작년 1~11월 제주지역 출생아 수는 2999명, 같은 기간 사망자는 4266명으로 1267명이 자연 감소했다.

어린이집 줄 폐원이 이어지면서 보육시설이 노인 돌봄시설로 간판을 바꿔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어린이집은 2018년 513곳·2만6458명에서 지난해 423곳·1만9150명으로 최근 6년 동안 시설 수는 17.5%(90곳), 원아 수는 27.5%(7308명) 감소했다.

2001년 개원해 많게는 130명의 원아가 이용했던 제주시 오라동 B어린이집은 저출산 여파로 최근 폐원을 했고, 노인요양원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제주에도 ‘노(老)치원’이 들어설 전망이다. 노치원은 유치원을 요양원으로 바꾼 노인 돌봄시설을 일컫는 말로, 전국적으로 도심 외곽에 잔디밭이 있는 곳에 들어서고 있다.

김인춘 제주시어린이집연합회장은 “일반주택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가정어린이집은 정원이 20명이지만, 10명도 채우지 못해 임대료는 물론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폐원을 하고 싶어도 제주시로부터 시설 보수(기능 보강사업) 비용을 지원받아서 문도 닫지 못하고 임시 휴원을 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기능 보강사업은 시설 증·개축, 공기청정기·에어컨 설치, 도색·장판 교체 시 제주시가 보조금을 지원하되, 10년 내 폐원할 경우 남은 기간 동안 감가상각비를 적용한 비용을 반납해야 한다.

한편, 고령화로 도내 재가노인 복지시설은 2012년 54곳에서 2022년 101곳으로 10년 새 87% 늘었고, 노인 의료복지시설은 같은 기간 54곳에서 70곳으로 29.6% 증가했다.

올해 제주도의 노인복지 예산은 4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08% 증가했다.

제주지역에 있던 어린이집이 노인복지센터로 간판이 바뀐 모습.
제주지역에 있던 어린이집이 노인복지센터로 간판이 바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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