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개에 대한 단상(斷想)
저출산과 개에 대한 단상(斷想)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조문욱 편집국 국장

최근 제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저출산과 관련된 암울한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왔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제주지역 출생아 수는 235명으로 1년 전 277명보다 15% 감소했다.  


지난해 1~11월 누적 도내 출생아 수는 299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3366명보다 10.9% 감소했다.


제주지역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503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3600명까지 6년 연속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지난해 1~11월 제주 혼인 건수는 236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2483건보다 4.8% 감소했다.


저출산 현상으로 2022년 제주지역에 569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6년 후인 2028년에는 428곳으로 줄어, 4분의 1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육아정책연구소의 보고서도 눈에 띈다.


벌써부터 인건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임시 휴원하는 곳이 생기고 있고 서귀포시 대정지역의 한 어린이집은 원아 감소로 문을 닫고 지난해 9월부터 노인요양시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고 한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장과 주택 구입에 대한 어려움으로 결혼을 기피하고, 애 낳기를 멀리하면서 아기들의 자리를 개(犬)들이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들이 누워야 할 유모차 안에 개들이 앉아 있고, 엄마들이 아기를 품에 안는 아기 포대기에는 개들이 안겨 있다.


시민복지타운 잔디광장이나 주택가 주변 공원 등에서 이 같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기용 유모차보다 강아지를 태우는 유모차, 즉 개모차가 더 팔렸다는 뉴스가 나왔다.


2021년에는 유모차 판매량이 반려동물용(개모차)은 33%, 아기용은 67%였는데, 지난해 1~3분기에는 57%대 43%로 역전됐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전국 단위)은 2018년 1명도 안 되는 0.98명으로 떨어진 뒤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매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반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서 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전체 2370만 가구 중 25% 정도가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관련된 미용실, 세탁소, 명품 의류, 호텔, 보험 등 반려동물 상품이 없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관련 산업이 커지고 있다. 반려견 유치원에서는 반장도 뽑고, 죽은 개를 위한 장묘시설을 비롯해 명복을 기원하는 49재(齋)도 지내고 법당에 위패도 놓고, 비석(碑石)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개=사람’ 인 듯한 세상이다. 개가 사람 대접을 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언어에서도 ‘개’의 위상이 높아졌다. ‘개00’, ‘이런 개 같은…’ 처럼 ‘개’는 우리 언어의 욕에서 항상 등장한다.


하지만 최근에 “아주 맛있어”를 “개 맛있어”, “아주 좋다”를 “개 좋아” 등으로 표현한다. ‘개’가 붙어 있는 욕 중에 “개만도 못한…”이 있다. 49재에 법당까지 있으니 많은 개들이 사람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아무리 개가 사랑스럽지만 사람을 대신할 수는 없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총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각종 출산장려정책을 내놓고 있다.


집 안에서,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우렁찬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기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