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장가 가기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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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국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흥겨워할 명절에 듣기 싫은 말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미혼남녀에겐 “결혼은 언제쯤?”이 그렇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친척들 사이에서 따뜻한 정을 느껴볼 겨를도 없게 만든다. 벌써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도피처를 찾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가수 임영웅이 지난해 추석 인사를 건네며 ‘대학 얘기, 결혼 얘기는 금지’라고 당부한 글이 화제를 됐을까?


▲결혼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 2일 발표한 ‘2024 결혼비용 리포트’만 봐도 그렇다. 최근 결혼 5년 차 이하 기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평균 비용은 3억원을 넘어섰다. 신혼집이 2억4176만원에 달했다. 혼수용품 2615만원, 예식장 990만원, 신혼여행 744만원, 예단 566만원, 예물 530만원 등이다. 개인마다 지출 규모가 다르겠지만 적잖은 돈이 드는 게 현실이다.


▲청년층이 결혼하지 않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 조사 결과이다. 결혼자금 부족(23.3%)이 가장 많았고, 결혼 생활과 일 병행의 어려움(20.4%) 순이었다.


이는 결혼에 대한 태도로 반영됐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는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여성은 20대 27.5%, 30대 31.8% 수준에 불과했다. 남성도 20대 41.9%, 30대 48.7%에 그쳤다.


▲결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과제이다.


조선시대에도 국가가 개입했다. 얼마 전 KBS에서 방영된 ‘혼례대첩’ 코믹 멜로 드라마는 임금이 나서는 상황을 연출했다. 청상부마와 청상과부의 원녀(노처녀)·광부(노총각) 중매를 실감 있게 묘사했다.


실제 세종은 결혼하지 못한 백성이 많다는 상소문이 올라오자 가난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 이들이 있으면 혼수를 지원토록 했다. 


성종도 전국의 노처녀(25세)를 전수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려 가난해서 딸을 결혼 못 시킨 집에는 쌀과 콩을 내어줬다. 영조는 지원 대상을 노총각으로까지 확대했다.


정부는 조선시대보다 더 나은 결혼 장려 묘안을 내놓아야 한다. 결혼을 맘대로 못 하는 청년층의 분노가 더 커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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