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요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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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형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논설위원

갑진년 용의 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고 있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작년 10월에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보복이 보복을 불러일으키면서 어린이와 노약자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다. 더욱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장악, 선박들을 공격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층 불안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홍해의 안전을 위해 다국적 함대 연합을 출범시키고 예멘 내 후티 반군의 군사시설을 공습하고 있어 중동전쟁이 점차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한반도 상황은 어떤가? 북한은 핵 개발은 물론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는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이며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임을 선언했다. 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남북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점을 정면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더 나아가 금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에서 북한은 근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병존하는 두 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 교양 사업을 강화하는 것을 헌법조문화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들은 북한 내부에 상당한 동요가 일어나고 있음을 반증한다. 남한의 드라마와 K-POP이 북한 내부로 스며들고 있어, 북한 젊은이들은 남한의 사정에 점차 많이 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북한은 2020년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많은 양의 영화나 녹화물을 유포한 경우는 최고 사형에 처하게 했다. 단순히 남한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해서 이처럼 무거운 형벌을 받게 하는 것은 그만큼 남한의 한류 유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평화는 전쟁 없는 상태를 말하는 소극적 평화와 구조적 폭력이 없는 상태를 지칭하는 적극적 평화로 나눈다. 2차대전이 끝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오랜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 소규모의 국지전쟁은 있었으나, 강대국 간의 전쟁은 없는 시기였다. 20세기 중후반에 요한 갈퉁 같은 평화연구가들은 이제 대규모의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 평화 달성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21세기 초엽의 오늘날은 어떤가? 다시 전쟁 없는 상태를 만들어 가는 소극적 평화 달성이 오히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우리 한반도는 재언할 필요도 없다. 


전쟁이론 중에 100년에 한 번 세계대전이 발생해 세계를 주도해 갈 새로운 패권국이 등장한다는 장주기 이론(long cycle theory)이 있다. 1815년에 전 유럽을 참화로 뒤덮였던 나폴레옹 전쟁이 끝났다. 1914년에 1차 세계대전이 발생했고, 1939년에는 2차대전이 발발하여 수천만 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필자는 2022년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을 때, 이것이 21세기 큰 전쟁의 서막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미국의 국력은 상대적 쇠퇴에 들어선 지 오래고 중국은 부상을 하면서 대만을 넘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필자의 생각이 기우에 불과할 뿐이길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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