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도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 이를 오랫동안 숨겨 온 생존수형인이 마침내 억울한 한을 풀었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6일 부산 동아대학교 모의법정에서 제주4·3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A씨(95)의 직권재심을 실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1949년 7월 2일 군경 토벌대에 의해 불법 구금된 후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에서 7년6개월간 수감됐다.
하지만 A씨는 가족들이 연좌제로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수형 사실을 숨기고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4·3희생자로 등록되지 못했다.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은 A씨의 진술을 청취하고 관련 자료를 조사한 결과 A씨의 수형사실을 확인하고 직권 재심을 청구했다.
다만 A씨가 4·3희생자로 등록되지 않음에 따라 4·3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의한 직권재심을 청구했으며, A씨가 고령이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보호자 동행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부산 동아대 모의법정에서 재심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A씨는 “당시 너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제주도로 돌아오지도 못했고 자식들에게도 4·3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오늘 무죄를 선고해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도 이날 A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4·3생존수형인 어르신의 무죄 판결을 70만 제주도민과 함께 온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깊은 트라우마에도 진실을 위해 용기를 내준 어르신께 감사와 응원의 말씀을 드리며 이번 판결이 어르신과 가족분들게 큰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며 “제주도정은 합동수행단과 긴밀히 협력해 국가폭력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희생자들이 하루빨리 명예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