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고독과 가족의 새로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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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학교 교수 경영정보학과/논설위원

조선시대의 행정조직인 이호예병형공의 6조를 살펴보면, 외교, 재정, 국방, 사법, 인사, 교육, 토목을 수행하는 것이 국가 운영에 필수 요소였다. 이러한 행정 체계는 세계 여러 나라에도 적용되었다. 


최근에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행정 부처가 설립되고 있다. 영국은 2018년에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신설하였다. 이는 고독과 고립 문제를 외교 국방과 동격으로 중요하게 인식하면서 만들어졌다. 일본도 2021년에 고독 고립 문제를 다루는 특별한 장관을 지명하여 이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고독과 고립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와 2인 가구 합계 비중은 65%이다. 국민 대다수가 인생 노년에는 결국 혼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응급실에 실려 가도 병원 원무과에 접수하려면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 홈쇼핑 광고 중에는 ‘의리’를 강조하는 연예인이 “내 건강은 누가 지켜주지” 하며 제품 선전을 한다. 가족 식구들이 한데 둘러 앉아 밥을 먹던 대가족 시대에는 아픈 사람 곁에 가족이 있었다. 대가족 사회가 핵가족 사회로 변하더니, 이제는 1인 가구 사회로 변했다. 


2050년이 되면 20~40대 부부의 비율은 7.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부부 가구를 70대 이후가 차지하게 된다. 부부 가구로 살다가 배우자가 사망하여 홀로 남겨진 사람은 필연적으로 고독 고립을 경험하게 된다. 누가 홀로 남은 이를 돌볼 것인가의 문제는 이제껏 인류 역사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삶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의미를 찾아왔다. 현행 법률과 제도는 형제자매, 며느리, 사위의 관계를 가족으로 취급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 일관성이 없다. 민법에는 형제자매를 가족에 포함시키면서도 며느리와 사위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가 아니면 가족이 아니라고 규정한다. 


공직자 재산 공개를 다루는 공직자윤리법과 공직선거법은 결혼한 딸과 그 자녀를 재산등록에서 제외한다. 금융 계좌를 개설하고 자동차 보험에서 가족한정특약을 정할 때에는 며느리와 사위가 가족에 포함되지만 형제자매는 가족이 아니다. 통신회사와 항공회사의 가족 결합 서비스에는 형제자매, 며느리, 사위 모두 포함된다. 대학교 병원에서는 형제자매, 며느리, 사위는 직계 가족이 아니어서 환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병원을 방문할 수 있다. 가족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10명 중에 5명 이상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이 개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사회적 접촉이 줄어들어 고독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시장을 보고, 정신이 혼미한 환자가 온라인 금융결제를 온전히 하기 힘들다. 고독과 고립은 단순히 개인 문제가 아니라 정부 및 사회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가족의 정의와 사회적 연결성을 강화하여 고독과 고립 문제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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