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신의 권능 버리고 목축신으로 변신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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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풀문학회, 한수풀문학 제18호 펴내

한림읍 금악의 너른 초원 이야기 속으로
정좌수 따님아기가 좌정한 축일당 입구 안내석 모습
정좌수 따님아기가 좌정한 축일당 입구 안내석 모습

한림읍 금악에서 수렵과 농경을 대표하는 신들이 어떻게 만나고 공존하게 됐는지 신화 속 서사가 펼쳐진다.

한수풀문학회(회장 고성기)가 최근 한수풀문학 제18호를 펴냈다.

특집 ‘한림에 숨쉬는 신화이야기’에서 제주 신화 관련 저술을 이어가고 있는 여연 작가의 글 ‘금악의 신, 정좌수 따님아기’이 눈길을 끈다.

정좌수는 사냥꾼이었다. 하늘이 허락한 만큼만 잡아야 하기에 평소 하루 한 마리 이상 노루를 잡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서 도망가지도 않는 노루를 보자 욕심이 생겼고,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정좌수는 몇 걸음 못가 벼랑 아래로 떨어져 시름시름 앓다 숨을 거둔다.

정좌수의 따님아기는 아버지를 그리며 한라산으로 올라 아버지와 함께 사냥하던 황서국서를 만나게 되고 혼인해 부부가 된다. 둘은 사냥을 그만두고 마을에 내려가 사람들을 보살피며 살기로 하고, 한라산에서 내려와 금오름에 이르러 좌정할 곳을 살핀다.

여연 작가는 이를 두고 사냥군 정좌수의 삶을 끝으로 수렵시대가 막을 내렸고, 그와 함께 사냥을 다녔던 황서국서는 정좌수 따님아기와 혼인하며 공존을 길을 열었다고 설명한다.

사냥신의 권능을 버리고 목축신으로 변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금악의 너른 초원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악의 신 정좌수 따님아기는 농경신이자 치병신으로 권능을 행사했고, 한경면과 대정읍에서도 모시는 마을이 생길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 정좌수 따님아기가 좌정한 곳을 ‘금악 본향 ᄄᆞ신ᄆᆞ르 축일할망당’이라고 한다.

이어 강창욱 마을활동가의 ‘한수풀의 당신을 찾아서’, 고성기 시인의 ‘영등할망’, 문태후 시인의 ‘버림받는 공간 속에서’, 양민숙 시인의 ‘당올레-새미하로산당 가는 길’, 한요나 시인의 ‘아이야, 영등달이 떠나야 비로소 봄이 온단다’, 김미옥 작가의 ‘신들의 고향’으로 한림에 숨쉬는 신화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고성기 회장은 “시를 쓰는 동인지로 시작한 모임이 이제는 모든 문학 장르를 아우르는 한림읍의 대표 문학단체로 성장했다”며 “특히 이번 특집에서 답사를 함께해주고 옥고를 보내주신 강창욱 선생님과 ‘금악의 신, 정좌수 따님아기’를 소개해준 여연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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