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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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밖으로 나서려면 반드시 대문을 거쳐야 한다. 문을 열어야 이웃과 소통할 수 있고 나와 상대방이 대화를 나누는 통로가 된다. 문을 열면 나가는 것이고 올 때는 닫힌 문을 밀어야 들어온다. 열린 문은 닫아야 하고 온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떠나간다. 그래서 문은 우리의 삶이고 이별이며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어떤 이는 입시의 문에 매달려 청운의 꿈을 꾸거나 인과 연이 닿아 서로 뜻이 맞아 배필이 되기도 한다. 


남보다 일찍 짝을 만나 삶의 이삭들을 빨리 거두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학문이나 환경 운명에 따라 늦게 가정을 꾸리는 이들도 있다. 사람은 제 복을 타고나는지 어릴 때 어르신께서 ‘분수에 맞는 복을 지니라’고 하셨다. 


그러나 그 분복(分福)이라는 것도 저마다의 그릇이 있어서 보이지 않는 복을 기다린다는 일은 오지 않는 어제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독수리의 눈으로 삶을 바라본다면 세상은 폭넓게 보일 것이고, 메뚜기의 눈으로 보면 근시안적으로밖에 보지 못할 것이다. 편협한 생각에 갇혀 괴롭힐 때 내 안의 메뚜기의 시선을 느끼곤 한다.


어머니는 생전에 대문 주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날이 밝으면 아침을 해결한 뒤 며느리는 농장으로 손주들은 제각기 책가방을 둘러메고 학교로 나선다. 집안에는 혼자다. 곁에 사람이 없으니 허전했는지 대문간에 앉아 오가는 사람을 바라보며 무료함을 달랬다. 오후 손주들이 하나씩 돌아온다. 어머니는 손주들을 무척 사랑하셨다. 쌈짓돈을 꺼내 나눠주면 손주들은 상점으로 달려가 이것저것 사 들고 주전부리한다.


사는 일이 절벽에 선 듯 아득해질 때 빛처럼 희망을 준 것은 ‘한쪽 문 닫히니, 다른 쪽 문이 열리다.’는 금언이다. 열린 문은 희망이요, 닫힌 문은 절망이다. 어떤 문을 택할 것인가는 스스로가 정할 일이다. 마음의 손잡이는 안에만 달려있어 남이 열어줄 수 없어 자신만이 열 수가 있다. 우리 마음 안에 네 개의 창이 있다고 한다. 내가 알고 남도 아는 창,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창, 나는 아는데 남은 모르는 창, 남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창, ‘조하리의 창’이라는 이 네 개의 창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본다고 했다. 창문을 통해 내면을 보고 거울을 통해 외면을 바라본다. 수행자라고 마음에 지옥이 없을 수 없으며, 죄인이라 하여 그 마음에 천국을 꿈꾸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마음의 문이 열렸을 때는 순한 의지가 함께하지만, 닫힌 마음 안에는 세상과의 단절이 있을 뿐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일은 나를 내어주는 일이다. 백합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바라보는 마음에 향기가 없다면 꽃은 한낱 물상(物象)에 지나지 않으리라. 생애를 통해 들고나던 수많은 문, 가볍고 만만해서 쉽게 밀고 나선 문도 있었으나 내 힘으로는 너무 무겁고 버거워 도무지 열리지 않았던 문도 있었다.


하늘의 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끝 간 데 없이 무량하다. 입구도 출구도 찾을 수 없건만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에야 열려야 할 문이 있다고 믿는다. 담담히 기다렸다가는 속절없이 열리고야 말 문 앞에서 하늘을 우러러본다.


마지막 문, 하나 밀고 들어서면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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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아빠 2024-02-19 20:40:53
마음의 문을 열고 삶을 가꾸어 나가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두리맘 2024-02-19 20:40:11
많은 생각을 갖게하고 가슴 먹먹해집니다
오래오래 좋은 글 많이 올려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