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쓰레기와 해양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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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어쩌면 플라스틱보다 폐어구가 더 심각한 것은 아닐까. 폐그물에 걸린 채 바다를 떠도는 돌고래를 뉴스에서 종종 보게 된다. 얼마 전, 제주에서도 폐낚싯줄에 걸린 채 유영하던 새끼 남방 돌고래 종달이가 구조되는 장면을 보았다.

폐낚싯줄에 걸린 채 몇 달째 바다를 유영하다 보니 2미터가 넘는 낚싯줄에 달라붙은 해조류만으로도 내 몸을 짓누르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가는 나일론 줄이 살을 파고들어 종달이의 꼬리에는 상처가 심해 보였다. 서둘러 구조하지 않으면 꼬리가 잘릴 수도 있겠다 싶으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폐그물에 걸린 고래 사체를 발견했다는 기사를 가끔 봐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가 인간이 버리거나 유실된 어업 쓰레기 때문이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조대가 종달이의 꼬리에 걸린 부유물의 일부는 잘라냈지만, 아직 꼬리와 몸에 감긴 낚싯줄은 제거하지 못했다. 종달이가 자라면서 낚싯줄이 살을 더 파고들기 전에 속히 구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 바다에 버려지는 어업 쓰레기가 지구 18바퀴를 돌릴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그것도 몇 년 동안이 아닌 일 년의 양이라는 사실에 거듭 놀랐다. 해안으로 밀려오는 쓰레기의 양도 가늠하지 못할 정도인데, 바다에 버려지고 유실되는 어업 쓰레기가 해안에서 수거되는 쓰레기의 10배는 될 것이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폐어구로 지구를 18바퀴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된다.

그나마 다행인 게 2024년 1월 12일부터 자발적인 폐어구 회수를 위해 ‘어구보증금제’가 시행되고 있다. 어구보증금제는 어구를 구매할 때 보증금을 부과하고 반납할 때 돌려주는 제도이다. 폐어구 수거량을 늘리고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취지에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은 통발 어구만을 시행하고 있지만, 점차 확대해 2026년까지는 자망 어구와 양식장 부표까지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바다는 기후 온난화로 인한 열을 흡수해 기후 변화를 완화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도 하지만, 전 세계 인류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자원의 서식처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도 어디에선가 폐그물에 걸려 죽어가는 수산 자원이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어구보증금제가 속히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도 그렇지만, 바다에 침식된 폐어구는 삭으며 분해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2차 오염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먹이사슬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몸으로 흡수되는 까닭이다.

이제는 너나없이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해양 오염은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생태계 파괴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교육과 홍보 그리고 수중 정화 활동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방 돌고래 종달이의 몸에 걸린 폐낚싯줄이 제거됐다는 보도가 하루속히 전해지길 바라며….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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