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잘해주고 상처받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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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후 심리상담가/논설위원

50대 여성이 상담실을 찾아왔다. 여성은 남편과의 끝없는 다툼으로 소진을 호소하였다. 그녀는 늘 남편의 눈치를 보며 남편의 의견에 순응하는 현모양처였다. 남편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었기에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세월이 지난 뒤 여성은 자신의 노력과 헌신이 일방적인 희생이었음을 깨달았다. 


여성은 깊은 고뇌 끝에 이 궁지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하며 더 이상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고 싶다며 지혜를 요청했다. 


그동안의 심리 컨설팅 사례를 보면 ‘남의 비위 맞추기’라는 키워드가 종종 등장한다. 상대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는 성향은 이전 세대로부터 습득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체성이 뚜렷하지 않고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남의 비위만 맞추는 삶이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러워도 참을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필자를 찾아온 이 여성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시대의 큰 발전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신의 존엄성과 지위를 되찾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상대방에게 “좋아요”를 잘하는 착한 사람들이 많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나쁜 사람이 되는 자신을 두려워한다. 이러한 아이들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정신적 자아의 성장을 억누른다. 이러한 행동은 누군가에게 버림받았던 상처로 인해 나타난 것이다. 어린 시절 외면당하고 무시당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자격이 없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이 남의 비위를 맞추며 지나치게 애쓰며 살고 있다. 이런 행동 뒤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일이 풀리기를 바라는 욕구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너는 왜 내 뜻대로 하지 않는 거야”가 숨어 있다. 


우리는 ‘나는 나, 너는 너’라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 위주의 삶을 사는 자녀는 진정한 독립을 하지 못한 것이며, 타인 위주의 삶을 사는 사람은 진정한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갈등을 회피하며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태도를 용기 있게 직면하다 보면 자신 안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필자 역시 퇴직 전까지 ‘착한 사람’ 역할을 하였다. 퇴직 후 평소 아침처럼 논두렁 길을 걷다 문득 형용하기 어려운 평온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내가 남의 비위를 맞추며 사는 겉옷을 벗어 던졌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 타인의 눈치를 보는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분명 당신도 나와 같은 깨달음을 경험하는 날이 올 거라 확신한다.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오늘부터 진짜 자신의 감정을 찾아보는건 어떨까? 타인의 눈치를 보는 동안 진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외면한 진짜 감정이 꽤 오랜 시간 축적되면 이는 역방향의 힘으로 변모하여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된다. 오늘부터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동안 느꼈던 진짜 감정을 발견하고 마음의 치유를 시작해보자. 진짜 나의 감정을 마주하는 그 순간 치유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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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녀 2024-02-27 14:14:58
자신과 가족도 살피면서 주변을 봐야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제주조아 2024-02-26 04:15:19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지금까지도 이러한 부분들을 강요받고 자라다보니 억제된 감정을 사회에 나가서 서툴게 표출하려니 사회 생활에 독이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억제된 감정을 평소 표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캔디 2024-02-25 20:08:52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너는 왜 내뜻대로 안하는거니? 남의 비위를 맞추며 애쓰게 사는거~타인위주의 삶은 진정한 내 인생이 없는거~
타인의 눈치보지말고 당당히 살며 내 감정을 찿고 내 인생을 찾자.
그 순간 마음의 치유가 시작된다
정말 공감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겨울 2024-02-25 20:07:34
자기 자신부터 돌보고 평안한 상태이어야 비로소 타인을 진정하게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도 나오는거 같습니다. 마음이 병든 현대인들이 많은데, 내 마음을 먼저 생각하고 살피는 것이 이기적이라 비판받는 것이 아닌 존중받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