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특검? 불가불가(不可不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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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전, 작가·방송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외신에서 상세하게 보도하며 국격이 추락했다느니, 새해 들어 대통령이 속 시원한 해명은커녕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녹화 대담을 방송해 백성을 우롱했다느니, 그로 인해 외국 방문이 취소됐다느니, 말들이 많다. 그러나 백을 준 사람도 문제가 없지 않아서 그러거나 말거나 소 닭 보듯 하고 있었는데, “샤넬, 에르메스 정도 돼야 명품이지, 60억 자산 가진 김 여사가 300만원짜리 백이 눈에 들어오겠느냐”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눈에 불이 일었다. 왜? 그렇게 말한 사람이 국가인재개발원장이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정치 중립 조항을 들먹일 것도 없이 국가인재개발원장이라면 설령 연수생들이 명품백 수수 논란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더라도 “여러분은 나라의 동량이니 그런 일에 휩쓸리지 말고 자기계발에 전념하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본인이 앞장 서서 ‘곡학아세’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으니 그런 원장 밑에서 공무원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 것인가?

실로 통탄할 일이다. 우리가 선거로 뽑은 대통령이니,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정말 교육만큼은 신중해야 한다. 왜? 교육은 그야말로 백년지대계이기 때문이다. 인재를 키우는 일에는 아무리 대통령이 임명권자라 해도 보수, 진보의 구별이 없어야 하며, 네 편, 내 편의 구별이 없어야 하고 그 책임자를 앉히는 일은 더욱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과연 신중의 결과인가? 정녕 우리나라에 이리도 인재가 없어서 고르다 고르다 이런 자를 골라 국가인재개발원장에 앉힌단 말인가? 필자가 고등학교 교사밖에 해본 적이 없는 일개 선생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이건 아니다.

얼마 전, 한 후배를 만나 술 한잔하는데 내가 이 일을 두고 하도 열을 내자, 그 후배가 대뜸, “형님, 그러면 형님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하는 게 옳다고 보는 거요?”라고 묻는다. 특검? 그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 조사하는 거 아닌가? 어쨌든, “김건희 여사 특검? 불가불가야!”라고 답했더니 “불가불가? 그럼 절대로 안 된다는 거네?”라며 고개를 꼰다. “아니 왜 불가불가라고만 해석해? 불가불 가도 되는데.” 그러자 후배가 “에이 이 형님이 작가라고 말장난을 하네. 얼른 술이나 드셔!” 그러고 술자리는 싱겁게 파했지만, 후배가 잘 몰라서 그렇지 사실 ‘불가불가’는 내력이 있는 말이다.

때는 구한말, 일제가 대한제국을 집어먹으려고 하던 시절, 대신들을 모아놓고 한일 합병조약서에 각자 찬반 의사표시를 하게 했다. 말은 선택이었지만, 사실은 ‘가(可)’ 표시를 하라는 강압이었고, 이를 모를 리 없는 대신들이 이완용 이하 모두 ‘可’라고 적었는데 유독 중추원(中樞院) 의장 김윤식만이 혼자 ‘不可不可’라고 적었다. ‘不可, 不可’이면 절대로 안 된다는 뜻이지만, 일제는 ‘不可不 可’로 해석해 조약을 통과시켰다.

김윤식의 본뜻이 무엇이었는지는 본인만이 아는 수수께끼로 남았으나, 김건희 여사 특검이 ‘불가불가’인지 ‘불가불 가’인지는 4월 10일에 밝혀질 일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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