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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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가수 양희은이 1983년에 발표한 ‘하얀 목련’이다. 이 노래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고 한다. 양희은은 30살에 난소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암은 지금도 무서운 병이다. 의료기술이 지금보다 한참 뒤떨어진 당시에는 두려움이 오죽하겠는가. 


그러던 어느 날 병원 밖에 있는 눈부신 하얀 목련꽃을 봤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을 때 바라본 하얀 목련은 양희은 자신과 얼마나 비교되겠는가.


“내년 봄에도 저 목련을 볼 수 있을까”하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했을 것이다. 양희은은 그러한 아픔 속에서 ‘하얀 목련’이라는 서정시를 쓴 것이다.


1983년 당시는 전두환의 독재정부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이 때문에 1983년 목련꽃에는 독재정부의 최루탄 냄새도 배어 있다. 암 환자가 바라본 목련꽃이나 최루가스가 배어 있는 목련꽃 모두 봄을 재촉하던 꽃이 아니었을까.


▲올해 봄은 다른 해보다 일찍 찾아온 듯하다.


매화의 경우 전국에 걸쳐 평년보다 최소 11일에서 42일 먼저 꽃을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의 매화는 1월 15일 개화해 1940년 이후 가장 일찍 꽃을 피웠다고 한다. 또한 지난겨울 날씨가 포근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벚꽃 피는 시기도 평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3월 초 기온이 최고 13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자연이 부친 봄은 우리에게 도착했지만, 우리 삶의 질에도 봄은 왔는가.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소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3’보고서를 보면 암담하다. 2020~2022년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는 5.95점으로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35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만족도가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4.6점). 콜롬비아(5.6점), 그리스(5.9점) 뿐이다. 살인과 납치가 횡행하는 멕시코(6.3점)보다 낮았다.


OECD 평균은 6.69점으로 우리나라보다 0.74점 높았다.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한겨울인 셈이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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