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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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논설실장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난다’는 말이 있다.


흔히 바둑이나 장기 대국에서 오랫동안 생각해서 내린 수가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때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쓸데없이 오래 고민하다가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사용된다.


▲국민의힘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30여 일 앞둔 지난 5일 제주시 갑 선거구에 고광철 국회의원 보좌관을 전략 공천했다. 지난달 13일 제주지역 예비후보 면접을 실시한 지 31일 만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제주시을 선거구는 김승욱 예비후보를 단독 공천했고, 서귀포시는 고기철·이경용 예비후보의 여론조사 경선으로 후보를 결정했다. 하지만 김영진 전 당협위원장이 단독으로 면접에 응했던 제주시갑은 지금껏 공천이 보류됐다.


때문에 제주정가를 중심으로 전직 경찰고위간부, 전 정무부지사, 문화예술계 인사 등의 전략공천설이 나돌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들 인사들의 전략 공천이 여의치 않자 부랴부랴 고 보좌관을 단독 공천한 것이다.


▲국민의힘 제주시갑 선거구 전략 공천 결과가 발표되자 곧바로 김영진 예비후보와 허용진 제주도당위원장이 강력 반발하며 탈당서를 제출했다. 


특히 김 예비후보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무소속 출마 강행 의사도 밝혔다.


제주시갑은 17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민주당 출신인 강창일(4선) 의원과 송재호 의원이 20년 동안 다섯 번을 연속해 승리한 곳으로, 지금까지 실시된 4·10 총선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의 이번 전략 공천으로 내부 분열을 초래할 경우 4·10 총선도 지난 18, 19대 국회의원 선거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18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한나라당 김동완 후보의 공천에 반발, 현경대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당시 통합민주당 강창일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이어 19대 때도 새누리당이 현경대 후보를 공천하자 같은 당 소속이었던 장동훈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 민주통합당의 강창일 후보가 다시 당선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새 인물을 찾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총선을 한 달여 남겨놓고 제주시갑 선거구와 전혀 연고도 없는 인사를 느닷없이 경선도 치르지 않고 전략 공천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어차피 총선 결과로 알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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