堂神(당신)을 찾고 심방을 만나 자신의 내면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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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신화(神話)의 보고 제주, 신화를 통해 제주선인의 정서를 엿보다

자연과 가까이 살았던 제주선인, 다양한 신들 섬겨 
수호신 모시는 당, 마을 공동체 이끌어나가는 토대
제주목사 이형상, 숭유억불 정책으로 광양당 폐지
광정당 근처에 있는 산방산 전경.
광정당 근처에 있는 산방산 전경.

▲제주 3대 국당(國堂)
제주선인들은 달을 보고 조수의 간만을 알고, 별자리를 보고 배의 방향을 잡았으며, 하늘과 바다와 구름을 보고 바람을 예측하였다. 그러나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항해 위험을 겪기도 했던 제주선인들은 다양한 신들을 섬기며 위안을 삼기도 했을 것이다. 


제주선인들이 섬겼던 신들의 총본산은 삼성혈 근방에 있었던 광양당(廣壤堂)이라 전한다. 1486년(성종17)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과 1653년(효종4) 이원진 목사가 편찬한 탐라지에는 광양당을 한라호국신사(漢拏護國神祠)로 기록하고 있다. 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은 숭유억불 정책의 일환으로 도내의 음사와 절간 등 130개소를 불태우고 광양당을 폐지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유교예식에 따라 제례를 행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원조 목사가 1843년 편찬한 탐라지 초본의 한 대목이다.

 

‘광양당은 고을나 신을 모신 곳이다. 송나라 호종조(胡宗朝: 제주에서는 호종단 또는 고종달이로 전한다.)가 제주땅에 와서 기운을 눌러버리고 바다를 건너 돌아가는데, 한라산신이 매로 변해 날아올라 돛대의 맨 꼭대기에 앉았다. 순식간에 북풍이 크게 불어 호종조의 배를 격쇄하여 버리니, 비양도 바위 사이에 빠졌다. 조정에서는 그 신령스럽고 이상한 것을 포양하여 광양왕에 봉하고, 해마다 향폐(香幣)를 내려서 제사하게 하였다. 지금은 폐지되었다…’

 


대정현 산방 서북쪽 큰길가에는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淫祠)이 있는데, 이를 광정당(廣靜堂: 지금의 안덕면 덕수리 소재의 신당)이라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말에서 내리지 않으면 말이 걸음을 멈추거나 다리를 절곤 했다. 목사 이형상이 순행하며 지나갈 때, 서리가 목사에게 말에서 내리라고 여쭙자 말이 발을 절면서 구부렸다. 말에서 내린 목사가 친히 그 당으로 가서 무당으로 하여금 말을 죽여 제사를 지내게 하였으나, 그 신은 볼 수가 없고 요망한 이무기가 나와서 독을 뿜으며 물으려 하였다. 이에 목사가 사명기(司命旗)를 세워 마침내 그 뱀을 베고 당을 불태우니 음사가 마침내 끊겼다고 전한다.

차귀당 내부.
차귀당 내부.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에 있던 차귀당은 탐라시대부터 제주시의 광양당과 덕수리의 광정당과 함께 3대 국당(國堂)이라 전해진다. 광양당은 한라산 수호신을 모시는 당이었고, 차귀당과 광정당은 사신(蛇神)을 모시는 당이었다. 1871년 대원군의 철폐령에 의해 훼철되었던 차귀당은 1990년 지역 주민에 의해 차귀본향당으로 복원되었다. 


▲주술성과 예술성이 가미된 본풀이
제주는 ‘절오백 당오백’이란 말이 전해올 정도로 민간신앙의 뿌리가 깊다. 마을마다 수호신을 모시는 당은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고 이끌어 나가는 토대이자 기둥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제주에 유배 온 사람들의 훈학과 조선조의 유교문화가 파급되면서 무속신앙과 유교문화는 섞여서 공존하기도 했다. 왕조마다 종묘사직을 세워 나라를 운영한 데서 보듯, 제주에서도 농사와 지신을 모신 사직단과 성황당이 세워져 제의를 지내기도 했다. 다음은 제주시 목관아 북서쪽 바닷가 부근에 있었던 성황당과 여단에 대한 안내표지석의 글이다. 

 

‘(이곳은) 성황당과 여단이 있었던 터(이다). 성황사는 원래 주남 16리 한라산 아래 있었으나 이곳으로 옮겨 여단 옆에 설치되었다. 성황당에서는 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신에게 성황발고제를 봉행하였으며, 여단에서는 못된 전염병으로 죽어 제사를 받지 못하는 억울한 여귀들을 위하여 봄, 가을, 겨울에 걸쳐 일 년에 세 번 제사를 지냈다.’

 


제주의 마을마다 있었던 성황당에는 당신(堂神)의 내력담(來歷談)이 전해온다. 그 이야기는 마을주민을 보호해주는 당신의 내력이면서 동시에 마을주민 자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제사의식인 제차(祭次)에서 당신의 근본을 심방이 구술하면, 구술한 내력담이 자신의 내력과 비슷함에 공감해가는 마을사람들에 의해 이야기는 다시 사람들 사이로 전해지게 된다. 그리하여 당신의 내력담은 마을사람들의 마음에 쌓여있는 한도 풀어낸다.


제주선인들은 성황당이 마을의 모든 액을 막아주는 수호신이 상주하는 곳으로 여겼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당신에게 제사를 드리며 당을 성스러운 곳으로 받아들여 가꾸고 보존하였다. 마을마다 1·2개의 신당을 모신 제주도에는 260여 개의 당이 유지되어 전해온다. 


제의과정 중에 당에 매인 심방이 당신을 구송하는데, 이것이 본풀이이다. 본풀이는 종교적인 엄숙성과 함께 마을사람들의 일상사와 관련이 깊다. 제의에서 구술되는 당신의 내력은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마음이 그대로 투영되기도 했다. 당신들은 초월적인 신이 아니라 마을사람들과 함께 동거하면서 그들의 길흉화복을 주재해 주고 그 값으로 마을사람들에게 봉양을 받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마을마다 있었던 성황당신의 내력담을 모으면 제주사람들의 삶을 형상화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당신을 찾는 사람들은 심방과 만나 자신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다양화된다. 그래서 본풀이는 주술성과 예술성을 지닌다. 제주도의 당신 본풀이에는 보편적 이미지와 함께 사회성과 역사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당신이 마을에 좌정하게 된 경위와 주민들이 마을을 이루어 정착해 가는 과정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 사례를 뱀신 신앙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뱀은 풍요의 상징물이자 반인간적인 속성을 지니기에, 본풀이에서의 뱀은 세상으로부터 배척받은 존재로 나타난다. 배척을 받았기에 인간에 대한 복수심을 갖고 있으면서 한편으론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 자기를 위해 주는 자에게는 풍요를, 배척하는 자에게는 저주를 준다. 이렇듯 뱀은 세상으로부터 배척을 받아서 결국 방황하다가 제주에 와서 좌정한다. 그 사연을 들어보자.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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