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고르자브종과 국제 바칼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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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미 문화부장

‘행복은 이성(理性)이 관계된 영역인가?’, ‘자연으로 전환하는 것이 자유를 얻는 것인가?’

지난해 프랑스의 수학능력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바칼로레아 문제다. 바칼로레아는 주관식 논술시험으로 일반, 기술, 직업 분야로 나눠 치러진다. 그해의 바칼로레아 시험 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다. 이것이 전 국민의 글쓰기 능력을 키워 사고력을 높여온 프랑스의 힘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제주도교육청은 2021년 제주특별법 제216조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 특례를 활용해 국제교육프로그램으로 공교육에 스위스의 비영리 교육기관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제공하는 IB교육과정을 전격 도입했다. 현재 제주지역에서는 총 13개 초중고등학교에서 IB 교육과정이 운영 중이고 전국적으로는 30여 곳에 이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초 보도자료를 통해 서귀포시 소재 표선고등학교의 IB DP 최종 성적이 발표됐다고 전하며, 응시자 26명 학생 전원이 전체 디플로마 또는 과목별 이수증을 취득했으며, 무엇보다 국내 대학 입시결과 주요 대학에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위탁연구 최종보고서-IBDP 성과 분석 및 정책 방향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표선고는 올해 졸업생 105명 중 99명이 IB DP 교육에 참여했지만, IBO에 의해 치러진 외부평가에 참여해 6개 교과군 ‘Full Diploma’에 응시한 학생은 14명, 개별 과목 자격증 과정에 응시한 학생은 12명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9명은 외부평가를 받지 않았다.

결국, 다수의 학생들은 수능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의 수시전형에 다수 응시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벽에 정통으로 부딪힌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보다 제주도교육청의 대대적인 홍보(?) 덕분에 전국적으로 IB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다가는 IB를 수료한 학생끼리의 대학 입시경쟁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와 국제 바칼로레아(IB)는 다른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점수로 줄 세우는 시험이 아닌 주어진 질문 안에서 학생 각자의 생각과 논리를 기반으로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프랑스의 교육과정, 그리고 IBO의 교육과정과 비교해 정확히 같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제7차 교육과정 개편 이후 수시개편으로 이뤄진 2007 개정, 2009 개정, 2015 개정, 2022 개정에서는 공통적으로 교수학습 방법에서 글쓰기와 토론을 통한 창의적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며 단순한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실제적인 역량 함양이 가능하도록 교과 교육과정을 구조화하고, 협력 학습, 토의, 토론학습 등 학생 참여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수업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교육현장은 어떤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된 직후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이슈는 뒤로하고, 고교학점제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외형적 변화에 주목했다.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학교 현장에서 실제 도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대학입시제도 때문이다.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교육과정을 제대로 실현할 동력이 없다.

며칠전 인터넷에서 ‘시고르자브종’이라는 단어를 보고 갸우뚱했었다. 뜻을 찾아보니 ‘시골잡종견(犬)’을 마치 프랑스의 품종견처럼 부르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과 ‘국제 바칼로레아’는 다른지 묻고 싶다. 결국,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키워 미래의 도량을 육성해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지향하면서 외국의 교육과정을 굳이 공교육에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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