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물의 춤추는 파도, 섬 바위의 나한불상
무수물의 춤추는 파도, 섬 바위의 나한불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문호, 전북대학교 초빙교수

지난 설날(2월 10일) 새벽 세시에 모슬포 운진항 무수연대(모슬포 하모리 666번지) 길 건너의 바닷가 포구에서 해 뜨는 동녘을 향한 나한불상 터를 발견했다.

꿈 속에서 부처가 가르쳐 준 그대로였다. 나한불상터는 ‘ㄷ’ 자로 된 암벽 가운데 좌대가 나한불 자리고 암벽은 섬 바위로 파도와 바람에 갈라져 있다. 생성연대 등은 잘 알 수 없지만 제주도 탄생과 같이 했을 터다. 탐라의 고양부 삼성혈에 대한 문화 원형을 집중 연구하다보니 안쓰러워 가르쳐 주셨는지도 모른다. 영실 존자암도 역사 기록에만 남은 폐사인데 1990년 초, 법정스님이 꿈에서 부처가 알려 줬고 이를 정부에 건의해 1992년에 정부와 제주도가 복원을 완료했다.

무수물 나한불 특징은 나한불 좌대 밑 큰 구멍이 사람의 얼굴(아마도 발타라 존자의 얼굴인 듯 하다.)로 보이며 나한불을 둘러싸는 많은 900여 개의 구멍들은 아라한 얼굴 모형으로 보인다. 나한 불상터가 왜 동쪽 방향일까?

그것은 아마도 한라산에서 불어오는 북서풍 하늬바람과 산방산 마바람(마파람)을 잘 피할 수 있는 방향에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파도에 견딜 수 있게 하는 암석의 풍화작용 결과인 것 같다.

이곳 나한불상 자리는 방어축제 희생자비와 해양 파출소 건너편으로 무수연대 맞은편에 있다, 이곳 바닷가는 암반으로 뒤덮힌 갯가인 무수연대터다. 밀물이 들이치면 넘실거리는 파도가 마치 어린 아이들이 춤추고 조잘거리는 곳이란 뜻으로 ‘무수물(茂水)’ 이라고 부르고 있다. 조선조 세종 때 무수연대가 세워졌고 동쪽은 산방연대, 서쪽은 서림연대가 서로 응소해 낮에는 연기 밤에는 횃불로 통신을 했다.

이 무수물의 파도 소리는 다음과 같은 시를 속삭이며 나한불상 좌대 밑에까지 밀려 왔다가 내려가는 듯 하다.

<사람들아 인간사는 ‘모래개울’에 갯바위 같은 거야/ 빗금 없는 섬바위가 어디에 있겠나/ 모슬포 모래밭을 걷는 발(足)에 부딪히는 파도야/ 내 생채기 상처가 덧나지 않게 가파도 파도가 가피(加被)를 입혀/ 바다물에 씻으며 살 수밖에 없는 마라도의 마라(麽羅)여/// 이어도사나(離於島生羅), 이어사나, 이어사나(離於生羅).>

고구마같이 생긴 탄탄한 뽕돌이 불상 건너편에서 파도에 부딪히고 있는 게 인상적이고 숭숭 크게 뚫린 현무암 바위 구멍이 사람의 입, 코, 눈처럼 보인다.

옛적 모슬포 사람들은 어부들의 풍어와 무사 귀항을 무수물 나한불에게 간절히 빌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 바다 물결은 늘 거칠어 왕왕히 사고가 잦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인 2006년 11월 25일, 모슬포 방어축제 때, 선상 낚시에 나섰던 이영두 서귀포 시장을 비롯한 김홍빈, 오남근, 황대인, 임관호씨가 탄 배가 전복됐다. 지금도 나한불 인근에는 ‘방어 축제 사고 위령비’가 가파-마라도를 향해 세워져 있다.

오늘 새벽에 보니 누군가가 나한불상 앞에 백설기 떡과 막걸리를 올려놓았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선인장 2024-03-19 21:15:29
@ 제주도 서귀포 모슬포에서 주변을 구석구석 가본다고 했는데 그때는 나한불의 심오한모습을 그냥 지나친 듯하다. 해안가 도로를 걸으면서 통신수단이였던 연대도 가끔보았다. 또,실생활과 밀접한 토속신앙 의식터를 많이 보았다. 거친 파도와 억센 바닷 바람 속에서 뱃사람의 무사항해를 천지에 의존하며 간절히 기원했을 것이다. 나약한 인간의 보잘 것 없는 존재를 거대한 대자연 힘에 의존해야 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거친 환경의 생존전략으로 심리적 정신적으로 위안을 받을 절대자가 바로 자연속 나한불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현무암의 숭숭뚫린 구멍과 화산재 용암기반에 여러 형상의 자연석이 조합되어 하나의 투박한 불상이 만들어졌다. 뱃사람의 신앙터, 믿음의 성역 깊은 곳에 나한불이 자리잡고 심신의 위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