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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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면 이혼을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웬만한 협의로 끝나면 좋겠는데 억지를 부리네요. 할머니 소리를 듣는 나이라 참으라며 반대가 심하지만 제 사정을 들어보고는 오히려 빨리 하라 부추기네요.

서로 없는 처지에 만나 작은 식당을 차렸고 싸고 맛있다는 소문에 단골이 많아져 가게 규모도 넓혔어요. 이제 됐다 싶을 때쯤 못된 버릇이 나오더니 걸핏하면 손찌검에 입에 담지 못할 욕이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안절부절 못 하면서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고 잠이라도 들어야 잔소리 간섭에서 해방이 되니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은 거예요. 겉으로만 착한 척, 동네방네 허세는 꼴불견에, 사람이 저렇게 다르구나 싶어 마음의 거리도 멀어졌어요. 그러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외진 곳에 민박집을 덜컥 계약하더니 자신은 이곳에서 노후를 준비하겠다고 보따리를 싸서 내려가네요. 낯선 곳에서 남자 혼자 애를 써 봐야 불 보듯 뻔한데 알량한 자존심에 소식조차 뜸하더니 주변 지인들에게 마누라가 바람이 났다는 헛소문을 퍼트리는 거예요. 아이들 귀에 까지 들어가 한바탕 난리가 났지만 고집을 꺾지 않고 있네요. 이런 와중에 생활비를 안 보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연락을 해오니 진심으로 끝내고 싶어요. 창피한 건 둘째치고 그저 한숨만 나오네요.”

말로만 사랑이지 집착 수준이다. 사태의 심각함을 알았을 때 넌지시 화해를 청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지 오래. 정해진 수순을 밟아야 한다. 남은 건 오기, 막무가내로 버티며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내걸었고 치밀한 준비는 혀를 내둘러야 했다. 남의 일에 간섭보다는 측은지심이 먼저다.

조용히 도움을 주기로 하고 방법을 찾던 중 느닷없이 시아버지의 영혼이 제 새끼 불쌍하다며 감싸고 있음을 알아냈다. 당시 어부였고 예상치 못한 풍랑의 휩쓸려 여전히 시신조차 수습을 못했다. 저승에서도 한이 맺혀 미련의 끈을 움켜쥐고 있으나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철부지 아이와 같은 습관이 누구로부터 왔는지 보고 느꼈으니 가슴으로 알고 있을 거고 하늘과 땅에 이치가 다른데 더 늦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니 그 안타까움에 충분한 공감을 한다.

넋을 달래는 데는 소홀함이 없을 것이니 원래의 자리에서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 가자며 설득하니 그도 나도 긴 침묵이다. 바다의 소리는 차가웠고 술 한잔 건낸 위로는 허공에 맴돌았지만 여기까지 찾아온 정성에 감사하다는 긍정인 대답을 남겼다.

만남과 헤어짐에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야 많지만 무대의 주인공 처럼 반짝반짝 빛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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