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나와 춤판…봄이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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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등신 맞느라 마을은 들썩들썩(下)

바닷사람 애환 풀어낸 시…
귀덕 주민들 공감대 형성해

팬플루트·첼로 공연 이어져
관객들과 함께 만든 무대
영등제에서 노래에 맞춰 춤추는 귀덕1리 주민들의 모습을 종이에 수묵담채로 그려냈다. 유창훈 作.
영등제에서 노래에 맞춰 춤추는 귀덕1리 주민들의 모습을 종이에 수묵담채로 그려냈다. 유창훈 作.

김정희 대표님은 파란색 모시 치마와 흰 저고리를, 이정아 시 낭송가는 흰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바다처럼 파아란 천을 무대로 올려 문순자 시인의 ‘갯무꽃’을 낭송하는 시극을 선보였다. 


무대에 올려진 파란 천이 바다의 얼굴을 많이 닮았다. 천은 흔들릴 때마다 바다가 출렁이는 것처럼 살아 숨 쉬는 듯하다. 하얀 저고리와 긴 원피스도 별다르지 않다. 몸의 움직임 따라 하나처럼 흔들려 마치 검은 현무암에 큰소리치며 생동하며 요동치는 파도와 닮았다.

김정희 대표와 이정아 시 낭송가의 합작으로 시극이 전개되고 있다.
김정희 대표와 이정아 시 낭송가의 합작으로 시극이 전개되고 있다.

 

 

(전략)

대물릴 게 없어서 바다를 대물렸나
비닐하우스 오이 따듯 덥석 따낸 해녀증
큰올케 노란 오리발
허공을 차올린다

삼월 보름 물때는 썰물 중의 썰물이라
톳이며 보말 소라 덤으로 듣는 숨비소리
한 구덕 어머니 바다
욕심치레 하고 있다

 


문순자 시인은 ‘갯무꽃’을 바라보며 바다를 터전으로 삼은 우리네 삶의 애환을 노래했다. 그것은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로 거슬러 올라간 힘든 삶이 나의 지금과 너무 닮아 있는 것을 알기에 담담하게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며 대물림이란 말로 이어가고 있다. 목숨을 담보하는 삶에 간간이 내뱉는 숨비소리와 함께 지친 삶을 어머니의 바다에서 한 구덕 담아낼 것들에, 그것들에 욕심을 치레하고 있음이다. 그게 삶이고 현실이기에.


김종호님의 ‘어머니의 숨비소리’도 무대로 올렸다. 

 

 

사람들은 이어도로 떠나고
그리움은 수평선 너머로 너울진다

(중략)

바람과 파도가 다듬어온 섬
시퍼런 물속에 몸부림치는
고독을 달래며, 달래며
호오이 -, 호오이 -
한숨이 노래 되고
고통이 춤이었느니

북해도, 연해주 얼어붙은 바다
먼 먼 어머니의 숨비소리를 듣느니
한 줌 물숨 바닥을 차고 나와
생명을 여는 소리,
푸른 하늘을 여는 소리여
 


우리네 바다는 삶의 터전이며 목숨줄을 잡아 흔드는 바다에서 삶의 고단함을 내뱉는 숨비소리에 실었다. 시인은 바람과 파도가 다듬어온 섬의 물길 속에서 캐내는 해산물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과 때로는 무서움으로 이어지는 고독을 숨비소리에 실어내었다. 


결국은 그 한숨 소리는 노래가 되고, 고통은 춤이었다고 아픈 고백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능숙하게 팬플루트를 다루는 서란영 연주자.
능숙하게 팬플루트를 다루는 서란영 연주자.


숙연했던 분위기는 서란영 님의 팬플루트 연주 ‘봄처녀’로 이어지면서 밝아졌다. 검고 긴 플리츠 원피스의 바람 따라 나풀거림과 빨간색 톤 다운된 챙모자의 조화가 멋지다. 역시 축제엔 노래가 압권이다. 넘치는 흥과 끼를 감추지 못했던지, 관중석에 있는 몇몇 삼춘들이 무대로 나와 춤을 추었다. 생소한 악기인 팬플루트를 바라보는 눈빛이 초롱하다.


분위기를 몰아 문지윤 님의 첼로연주와 함께 뚜럼 브라더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뚜럼 브라더스의 제주어 특유의 걸쭉함과 넉살이 좌중을 제압해 버렸다. 관객과 하나 되는 데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 

 

뚜럼 브라더스가 문지윤 첼리스트의 연주를 배경으로 재치 있는 공연을 하고 있다.
뚜럼 브라더스가 문지윤 첼리스트의 연주를 배경으로 재치 있는 공연을 하고 있다.


‘먹당보난 살아져라, 살당보난 먹어져라 ~~ 배고픈 것도 인생이여’하는 노랫말에서는 관객들 큰 웃음소리 너머로 삶의 진한 애환을 감정의 틈 비좁은 곳을 비비며 키우기도 했다. 중간중간에 휘파람 소리는 물속에서 힘겹게 내쉬는 숨비소리를 닮았고 한숨처럼도 들렸다.


‘웃당보민’이라는 노래가 나오자 관객은 노래에 강한 호응을 보내며 큰 박수로 공감했고 적극 동조하는가 했는데 노랫말처럼 웃음이 보약이더라고 몸으로 말을 했다. 이어 무대는 관객과 하나가 되었다. 


처음은 눈치 보는 듯하더니 우르르 나와 춤판이 벌어지자 무대가 좁았다. 귀덕1리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삽시에 무대를 장악해 버렸다. 저쪽에 한 할머니의 몸놀림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까 옆에 앉았던 한 할머니가 살짝 귀띔해 주신다. 저이가 동네에서 제일 춤 잘 추는 사람이라고. 무대는 관중과 함께 들썩이고 관객과 무대가 하나 되는 바람에 귀덕1리 바다가 다 휘청거린다. 

글=이애현 작가


▲총감독=김정희 ▲시낭송=김정희·이정아 ▲연주=문지윤·서란영·뚜럼 브라더스 ▲그림=유창훈 ▲사진작가=허영숙 ▲음향감독=장병일 ▲문학=조선희·고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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