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늦은 가을의 끝자락에 이천시에 들러 효양산 시제에 참여할 일이 있었다. 시조님의 시제를 지낸 뒤, 평소 기회가 되면 찾아가보려고 했던 수원화성을 방문했다.
수원화성은 평지의 도시인 수원에 성곽을 두른 조선 최초의 계획도시이다.
조선조 제22대의 정조대왕이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향한 효심과 개혁 정치의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정약용을 통해 설계한 대표적인 건축물로 정조 18년인 1794년 시작된 공사는 34개월에 걸친 끝에 길이 5.7㎞의 성곽으로 1796년 완공됐다.
축성 이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파손되기도 했지만 당시 모습에 가깝게 복원 사업이 계속 진행중이다.
수원화성의 육중한 성벽을 따라가다보면 정문인 장안문과 함께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의 사대문을 포함한 40개 이상의 시설물을 갖추고 있는데, 후대에서도 예술적인 아름다움의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정조는 이러한 수원화성 이외에도 즉위 13년에 신읍치를 건설한 다음 화성행궁을 건립했다. 팔달산의 동쪽 기슭에 건립된 이곳은 효성이 지극한 정조가 화성시에 소재한 부친 장헌세자(사도세자)의 원침인 현륭원(융릉)을 참배할 때면 유숙했던 행궁이다.
이러한 화성행궁 역시 일제강점기 때 대부분 유실됐었지만 꾸준한 복원 사업으로 마침내 1단계가 복원돼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화성행궁 바로 옆에서는 화성어차(화성열차)가 운행하고 있었다. 날도 다 저물어가고 시간도 촉박해 이날 마지막으로 운행되는 화성어차를 타고 화성을 한바퀴 돌아봤다.
순종 황제가 타던 자동차와 조선시대 국왕의 가마를 모티브로 새롭게 탈바꿈된 화성어차는 수원화성을 비롯해 성곽 주변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어차를 타고 돌아보는 데는 약 50분 정도인데, 본 화성나들이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나는 이 화성어차를 타고 수원화성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어 특히 좋았다.
한편 매년 10월이 되면 수원의 대표적 문화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가 개최된다고 한다. 문화해설사의 말로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정조의 효심이 담긴 전통행사라고 하는데,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지도록 아주 체계적으로 고증해서 재현한 문화관광 축제란다.
230여 년 전의 정조시대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으면서,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가 어우러진 이 흥겨운 축제의 한마당에서는 정조대왕 능행차 연시,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 정조대왕 친림 과거시험 등의 행사가 재현되고 있었다.
이렇듯 우리의 위대한 문화유산과 더불어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는 산교육의 장으로서 앞으로도 시민과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