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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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비는 얼마예요?”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간절함이자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이지만 비싸면 어떡하나 싶어 가슴은 무겁고 답답하다.

정해진 가격이 없으니 무당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침은 삼켜지고 얼굴은 뜨거워진다. 충분한 준비가 돼 있고, 무조건 해야 사는 상황이라면 지갑에 흔쾌히 손이 가겠지만 ‘아차’ 싶은 경우도 많다.

마음의 빚으로 남아 눈을 감으면 떠오르던 아픈 추억에 숨죽이며 흘린 눈물은 하늘과 나만 아는 비밀. 어쩔 수 없었다며 애써 변명도 해 보지만 떳떳하지 못하다는 날카로운 창의 공격은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흥정은 피하고 싶지만 현실은 두렵기에 벌 받는 심정이다. 걱정은 태산인데 안 하자니 걸음은 천근만근. 괜한 짓을 했나 돌아서면 후회하며 입술을 깨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니 눈치를 보면서도 꼬리를 내리자니 싶다.

소박한 잔치처럼 술이 전하는 향기 몇 모금과 떡 한 접시에 계절 과일 정도라면 진수성찬. 그 이상은 사치다.

“딸이 결혼을 못해 속상해요. 똑똑한 재원에 누구라도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연애에는 소질이 없는지 남자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하네요. 주변에 권유하기도 아까운데 남자 소개라도 할라치면 관심 없다며 차갑게 대하니 민망해요. 딸이랑 허물없이 지냈는데 남자 이야기만 하면 오해로 번져 곤란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네요. 본인도 전혀 생각이 없는 건 아닌거 같은데…. 인연이 있다면 시기는 언제쯤이고 알콩달콩 살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문제 해결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사별했고 혼자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다는 이는 점잖은 척 가면을 썼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애정에 목말라 있다. 타고난 바람기로 인해 부부싸움이 잦았고 마음에는 앙금과 벽만 가득했다. 전 남편의 죽음도 석연치 않다. 쉬쉬하고 덮었지만 화가 쌓여 병을 키웠고 그렇게 흘러갔다.

핀잔과 함께 뻔뻔한 것은 엄연한 사실. 고스란히 돌려받아야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본인 자유이지만 부끄러움은 본인 몫이다.

과거에 쉼표를 찍어 내일의 희망을 찾아내자는 약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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