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료유출' 공방‥무엇이 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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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퇴임을 앞두고 재임 기간 대통령 `통치기록'을 사저인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의혹이 청와대에서 제기돼, 진실 공방과 함께 위법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간 기록이 `원본이냐 사본이냐'부터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내려가기 앞서 각종 국가기밀 자료를 의도적으로 파기한 것 아니냐는 데까지 의혹이 번져 과연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느 쪽이 원본이냐 = 청와대 측은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당시 전자문서 시스템인 `e지원'의 하드디스크 원본을 빼내 통치자료를 불법 유출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통치자료의 원본을 가져 갔다는 얘긴데, 노 전 대통령 측은 자기들이 갖고 있는 것은 사본이라며 완전히 상반된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현재 청와대 전산망 자료가 원본이냐 사본이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정부내 전산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간 자료가 원본이든 사본이든 퇴임 후에 국가기록을 개인 전산시스템으로 옮겨 놨다면 그 자체로 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이하 대통령기록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대통령기록법 12조는 `대통령기록물이 공공기관 밖으로 유출돼선 안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공공기관이란 국가기록원 또는 대통령기록관 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사저에 대용량 전산기록 장치를 설치해 놓고 재임 기간 통치자료를 옮겨 놨다면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 된다는 것이다.

설사 노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전산자료를 퍼가기 앞서 새 정부의 양해를 구했다 해도 불법성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현행 대통령기록법에는 정부의 사전양해 등을 통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실정법 위반 부분을 접어 두고 기술적 측면만 보더라도 현재 청와대에 있는 전산자료가 원본이냐 사본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보다는 현재 노 전 대통령이 갖고 있는 자료와 국가기록원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 가운데 규모와 내용면에서 어느 쪽이 원본에 가까운가 하는 것이 이번 공방의 핵심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시 말해 노 전 대통령 측은 국가기록원에 넘기기 앞서 자료를 복사해 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노 전 대통령이 갖고 있는 자료가 국가기록원 것보다 더 방대하고 충실하다면 이 또한 법률적,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나 유출됐나 = 청와대 측은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기록물을 노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서 일부가 빠지거나 삭제된 자료를 국가기록원이 이관받아 소장하고 있으며, 청와대는 중요한 자료를 거의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청와대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노 전 대통령 측은 실정법 위반을 넘어서 국가 통치자료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청와대 전산망에 자료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해도 그 부분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대통령기록법에 따라 대통령 관련 기록은 국가기록원에만 넘길 수 있을 뿐 자료유출 방지, 비밀유지 등의 사유로 청와대 등 다른 기관에 남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 측이 퇴임 전 국가기록원에 자료 전체를 넘긴 뒤 청와대 전산망 자료의 대부분을 삭제했다고 해도 문제삼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전산시스템 `차명 구입'? = 청와대 측 설명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청와대 전산망 `e지원'과 똑같은 시스템을 차명으로 들여와 `e지원' 자료의 극히 일부분만 새 시스템의 하드디스크로 옮긴 뒤 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를 맞바꾸는 방법으로 기존 `e지원'의 원본 하드디스크를 가져 갔다.

청와대 측이 설명한 내용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일단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정부내 전산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보다는 만약 노 전 대통령 측이 이런 방법으로 청와대 `e지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 원본을 사저로 가져 간 것이 사실이라면, 왜 그렇게 번거롭고 복잡한 길을 택했는지가 더 궁금한 대목이라는 것이 이들 전문가의 지적이다.

다시 말해 자료를 복사해 보유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그냥 새 시스템의 하드디스크에 자료를 복사한 뒤 가져 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원래 청와대 `e지원'의 원본 하드디스크를 노 전 대통령 측이 가져간 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청와대에는 새로 들여 놓은 `e지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가 남아 있다는 얘기인데, 그럴 경우 하드디스크의 제조 일련번호와 제조년도 등을 확인하면 금방 어느 쪽 말이 사실인지 드러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측이 퇴임 직전 새 전산 시스템을 들여 놓고 기존 시스템의 하드디스크를 사저로 가져 갔다면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예산으로 구매한 전산장비를 퇴임 후인 현재 개인 용도로 쓰고 있는 것이 돼 이 또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밀 유출될까 = 노 전 대통령이 `e지원' 시스템의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가져간 것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관한 기밀사항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가져간 통치자료를 사저에서 혼자서 봐도 대통령기록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만약 측근이나 참모, 나아가 지인들에게까지 열람시킨다면 이는 심각한 국가기밀 유출에 해당된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설치해 놓은 `e지원' 시스템을 통해 현재 청와대의 전자문서 시스템에 접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청와대의 새 전자문서 시스템인 `위민'이 노 전 대통령 당시의 `e지원'을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방화벽 설치 등 보완작업을 거친 만큼 기존 시스템으로는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설사 노 전 대통령 측이 현 청와대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었다 해도, 접속기록이 반드시 남는데 `오해를 살만한 행위'를 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 이번 자료유출이 현행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정부는 우선국가기록원장을 봉하마을로 보내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관련 자료 일체를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정부의 회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노 전 대통령을 고발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상황이 거칠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을 고발할 경우 대통령기록법의 11조(대통령기록물을 국가기관에 이관해야 한다)와 12조(대통령기록물을 외부에 유출할 수 없다)를 위반한 혐의가 적용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자료유출 행위의 위법성을 따지기 앞서 노 전 대통령이 갖고 있는 통치자료의 회수가 시급하다"면서 "전직 대통령이 관련된 일인 만큼 유출행위 자체를 법률적 잣대로만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결론적으로 노 전 대통령이 불법적으로 반출한 재임기간 통치자료를 되돌려 달라는 정부 요구를 수용하면 사법처리까지 문제가 비화되지 않고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재임 기간 통치자료를 현행법을 어겨 가며 사저로 가져 간 노 전 대통령의 행위 자체는 당분간 도덕성 논란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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