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로 1천승을 달성한 SK 김성근(66)감독이 10년 전 암과 싸워 이기고도 이를 숨겨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성근 감독이 신장암에 걸려 한 쪽 신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것은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 시절이던 1998년.
약체팀이던 쌍방울을 이끌면서 밤새 전력분석을 하는 등 몸을 혹사한 데다가 경기 도중 화장실을 가지 않는 습관이 신장을 약화시켰다.
주위에는 결석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말하고 콩팥을 도려낸 김 감독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야구장으로 돌아와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에 참가했다.
병원에서는 절대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고 수술 후유증으로 어지러워 서 있기도 힘들 때도 많았지만 `여기서 지면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선수들을 지도했다.
치열하게 야구에 매진했던 덕분인지 암은 완쾌됐지만, 암과 싸워 이긴 사실조차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암에 걸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감독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지난해 SK 감독으로 부임해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김 감독은 3일 히어로즈전에서 프로 통산 1천번째 승리를 달성하고 나서야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김성근 감독은 5일 "야구를 할 수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아파도 정면으로 돌파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약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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