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관 "여유롭게 물러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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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후배가 (검찰)총장이 돼 지휘권을 행사할 때 격려하며 여유롭게 물러나고 싶었는데.."
13일 법무부가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단행한 인사에서 대전지검 차장으로 발령이 나자 사표를 제출한 박영관(朴榮琯.57) 제주지검장은 16일 제주지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같이 말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박 지검장은 "요즘 눈보라가 치고 날씨가 꽤 추웠는데 2주만에 파란 하늘이 보여 기분이 개운하고 아주 좋은 날 같다"며 "여러분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25년 검사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물러날 거라 생각했지만 칼바람 부는 겨울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아마 평생 검사 할줄 알았던 것 같다. 사람 일은 이렇게 한치 앞도 모르는데 어리석고 자만했다"고 말했다.

박 지검장은 "문득 구 로마정국시절 군중들이 개선장군을 환호하자 옆에 있던 노예 한 사람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를 외쳤다는 일화가 생각난다"며 "아무리 영광스러운 자리라도 모든 것은 변하니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로마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 제국을 일으킨 것 같다"며 "나 뿐만 아니라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멘토 모리'를 말해주고 싶다"고 은근히 권력층을 겨냥했다.

"10여개월 동안 이상하리만치 작은 사건도 없고 평화로웠던 제주지검에서, 여러분과 함께 검사생활을 마치게 돼 행복하다"고 마지막 인사를 한 박 지검장은 "여러분과의 인연을 영혼 깊숙이 새겨 언제 어디서 무엇이 돼, 이생에 못만나면 다음 생애서라도 만날 수 있기 깊이 간직하겠다"며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작년 3월 전주지검장에서 제주지검장으로 옮겨온 박 지검장은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던 2002년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터진 이른바 '병풍사건'의 수사를 맡기도 했으며, 작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광주 고.지검 등에 대한 국감에서는 박 지검장의 '좌천성 인사'를 놓고 여야 의원 간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시 23회 출신인 박 지검장은 2006년 부산고검 차장검사, 2007년 전주지검 검사장을 거쳐 2008년 3월 제주지검 검사장에 부임했다.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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