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춘의 제주 맛 기행 - 오름촌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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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평등이 실현될 수 있을까? 세계 인구의 15%가 총소득의 78%를, 세계 인구의 56%가 총소득의 5%를 갖는다고 하니 그 불균형은 참으로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통계는 물질적인 것만 염두에 두었고 마음의 풍요로움은 계산되지 않았다. 비싼 집에서 살건 13평 서민아파트에 살건, 비싼 음식을 먹건 장국밥으로 해결하건, 내 몸 하나를 눕히고 내 속을 채우는 것은 모두 같은 일이어서 그리 흥분할 필요가 없다. 세상이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분은 오늘 소주 한 잔과 시원한 해장국으로 속을 풀어내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 접짝뼈 해장국을 시원하게 끓이는 ‘오름촌식당’을 소개한다. 해물로 끓이는 해장국과 쇠고기 해장국을 떠올리는 사람은 돼지뼈로 끓이는 해장국에는 기름기가 많고 돼지 냄새가 날 것이라고 걱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집에서는 양파, 다시마, 새우, 멸치를 함께 넣고 끓여 기름기와 냄새를 제거했기 때문에 국물이 담백하다. 그리고 뼈를 우려내다 보면 고기가 흐물흐물해지는데, 적당한 시간 끓여내기 때문에 뼈에 살이 그대로 붙어 있어 뜯는 맛이 보장된다. 인생도 맛도 역시 적당한 시간을 지탱해야 이루어진다.

또한 끓여 놓은 것을 퍼내 오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하면 양념을 하기 때문에 양념 맛이 신선하게 살아 있다. 주인(김명택)은 “저놈 평생 해장국 말다 죽었어”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계속 이 장사를 하겠고, 자식들이 원한다면 2대째 해장국집을 하길 바랄 만큼 대단한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해장국에 들어가는 우거지의 깊은 맛을 내는 법을 궁리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맛을 지키기 위해 하루 100그릇 분량을 팔고 나면 이내 문을 닫는다.

해장국은 원래 해정(解 ) 즉, 술을 깨는 국이란 해정탕에서 왔다. 같이 갔던 삼대한의원 박 원장은 맵고도 시원한 이 집 해장국을 먹으면서 이따금 매운 것을 먹으면 남자의 강장에도 좋다고 하니, 곁에 있는 내 아내는 앞으로 계속 이 매운 국물을 먹일 작정으로 눈썹이 솟구친다. 앞으로 자주 매운 맛을 보아야 할 것 같다.

위치=제주시 용담 사거리 용담새마을금고 뒤, 용담1동사무소 옆.

제주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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