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총리서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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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는 조선시대 영의정의 지위에 해당한다. 입법.사법.행정 3권이 분리되지 않은 군주제 아래서의 영의정의 지위는 말 그대로 임금 다음의 2인자였다.
흔히 총리 자리를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일컫는 것도 이때부터 생겨난 말이다. 권력으로 치면 3권을 장악했던 영의정만 못하지만 정부 서열이 대통령 다음으로 막강하다는 점에서 역시 총리는 대단한 자리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서리가 탄생했다. 남성도 오르기 어려운 그 자리에 여성이 등용된 것이다. 사실 우리 입헌정치 사상 처음이라고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유사 이래 첫 여성 총리인 셈이다.
장상 국무총리서리의 발탁은 개인의 영광일 뿐 아니라 여성사회의 기쁨이기도 하다. 솔직히 처음 그의 총리서리 임명 소식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최고 여자대학의 교수를 지내고 총장직에 있던 그였기에 행정능력은 물론 특히 도덕성 하나는 흠잡을 데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의 미국적 취득과 학력 허위 기재 및 땅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기대는 반감되고 있다. 물론 학력 문제는 학교 직원의 실수로 빚어진 일이고, 땅 역시 정상적인 취득이라는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의 국적 시비는 간단히 풀릴 문제가 아닌 듯 싶다. 아무리 법을 어긴 미국적 취득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들’하면 먼저 병역 문제부터 생각하는 국민정서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더구나 이를 둘러싼 그의 해명은 듣기에 민망스러울 정도다. 그의 첫 대답은 ‘총리가 될 줄 알았으면 아들에게 미국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얼핏 보면 솔직한 답변인 것도 같지만, 평소에는 아들의 미국적 취득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는 뜻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과연 그의 말에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궁금하다.
장 총리서리는 또 그제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예방한 자리에서 ‘총리를 하려면 참.용.기(참고 용서하고 기다리기)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참고 기다리겠다는 심정이야 이해할 만하나 무엇을 용서하겠다는 것인지 ‘용서’의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일련의 시비에 대한 억울함이 내포된 말이라도 좀 지나친 감이 든다. 지금 장 총리서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서’가 아니라 겸손하게 ‘참고 기다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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