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귀 아닌 마음으로 음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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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복 시낭송가 첫 음반 '바람 속에서' 발매...제주시인 6명 포함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김순복 시낭송가(41)는 최근 발매한 첫 시낭송음반 제작과정을 수록작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에 빗대 설명했다. “천둥이 먹구름 속에 울고 간밤 무서리 내리는, 고통이 따랐다”는 의미심장한 비유.

‘바람 속에서’란 타이틀로 세상에 나온 이번 음반엔 주옥같은 시편 22편이 그녀 특유의 낭랑하고 울림 깊은 목소리로 ‘연주돼’ 담겼다. ‘청산도’ ‘맨발’ ‘별 헤는 밤’ ‘그리운 바다 성산포’ ‘서시’ ‘바람 속에서’ ‘별들은 따뜻하다’….

허영선이 올레를 찬미한 ‘우리가 걷고 싶은 길은’을 비롯 한기팔, 김수열, 김종두, 정군칠, 양중해 등 제주시인 6명의 작품도 포함됐다.

음반작업의 출발은 3년 전부터. 시낭송행사를 주도하고 각종 무대에서 ‘듣는 시’의 매력을 전파하고 방송에도 출연하던 김씨는 2006년 말 한 선배에게서 음반 출시 권고를 받고 흔들렸다.

안 그래도 시낭송을 향한 열정을 억누를 길 없던 김씨는 오래지 않아 결심을 굳혔다.

시 선별부터 녹음, 모니터링, 믹싱, 마스터링까지 고단한 작업이 반복됐고, 낭송이 마음에 들지 않은 데 따른 가슴앓이도 지속됐다. 그는 일부 시는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뺐다.

일본 연주자의 피아노곡 등 배경음악 저작권엔 물적, 정신적 자본도 적잖이 소요됐다.

2001년에 입문 후 2004년 시낭송가로 데뷔한 그에게 시낭송은 과연 뭘까. “시에 담긴 희로애락을 정확히 해독한 후 맛깔스레 표현, 청중과 호흡하는 일종의 공연예술입니다.”

연기자처럼, 시를 낭송할 때마다 감정을 몰입해 시상에 자신을 오버랩 시킨다는 첨언이 뒤따른다.

김씨의 시낭송 행보는 도전의 연속이다. 우선 목표 2가지도 잡혔다. 새롭게 만나는 좋은 시들을 낭송,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는 것이 하나고, 둘은 스스로 시를 창작하기 위한 등단이다.

그녀와 자주 시낭송에 동행해 온 성우 배한성씨는 음반을 듣고 ‘귀를 스치지 않고 마음에 담기는 낭송이다. 감성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시낭송의 아름다움’이라는 축하 글을 띄웠다.

다시, 김씨가 서시를 꺼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낭송 인생을 향한 굳센 다짐의 발로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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