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세계델픽대회 제주개최의 증거물 격인 성수(聖水)합수 조형물이 제주문예회관 구석에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진열돼 전시공간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도가 제주델픽을 성공개최했다고 자평하고도 상징물 취급은 왜 소홀하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
지난 9월 제주델픽 당시 그리스 카스탈리아샘과 한라산 백록담에서 채수된 두 성수가 합수돼 개막을 알린 ‘무대’였던 조형물은, 현재 문예회관 광장 동편 잔디밭에 부자연스럽게 놓여있다. 개막식 후 조형물은 델픽장소 중 한곳이던 문예회관에 옮겨져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
전시공간은 주 이동로를 비켜나 문예회관 방문객조차 조형물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부 예술인은 도정을 겨냥, “문화올림픽이라는 델픽이 제주예술계에 엄청난 신바람을 일으킬 거라며 요란을 떨 때는 언제고 이제와선 상징물의 활용에 너무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연극인 A씨는 델픽이 준비소홀로 미숙했으면서도 도지사까지 나서 성공적 마무리라며 제주예술 역량을 과시하는 성과마저 거뒀다고 강변해놓고도 기념조형물엔 소홀한 이유를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델픽이 성공이었다면 조형물을 현 상태로 놔둔 건 업무태만일 테고, 그렇지 않다면 자평이 딴소리였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실제 델픽 개최를 전후해 일각에서는 조형물을 도청 홀 등 제주를 대표하는 곳에 배치해 델픽 개최지의 위상을 대내외에 홍보하는 데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제주도문화진흥본부 관계자는 “조형물은 델픽 때 문예회관으로 옮겨진 후 다시 잔디밭에 전시된 것”이라며 “행사 장소에 기념상징물이 보관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