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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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라면 우리는 동화에나 나오고 어쩌다 영화에서 보는 정도로 여기고 마는 습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과연 현실에서 천사들은 없는가 검토해 보면 그들을 만나면서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도 우리들의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먼 나라로 여행을 갔다고 하자. 공항에 도착하면 안내소에서 예약된 호텔로 가는 길을 알아보고 지도를 구한 후,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나면 미로 찾기 게임을 하듯 탐험을 시작하게 된다. 게임이 술술 풀리기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일도 생긴다. 길을 물어 찾아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모두 고개를 젓고 가버리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자신들과 다른 모습만 보고도 사람들이 무조건 손을 휘저으며 가까이 와봐야 소용없다는 동작을 한다. 피하는 사람들에게 전차표나 지도를 내어 밀면서 손짓 몸짓 다 동원해서 어렵게 답을 구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서 유창한 영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꼭 구세주 같다. 찾는 지역에 가기 위해 어떤 차를 타야 하는가 직접 답을 주지 않아도 그런 사람은 지나가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 준다. 다행히 그 사람은 영어를 말할 뿐 아니라 몇 번 차를 타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안심이 되어 길을 계속 가고 마침 다가와 멈추는 차가 바로 가르쳐 준 번호이다. 달려가서 타려는데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있어 돌아보면 가버린 줄 알았던 아까 그 사람이다. 알고 보니 길을 건너서 타야 되는 것이었고,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해 준 후 그는 사라진다.

또 어떤 도시에서 가 볼 만한 곳을 찾다가 그 곳이 황금기를 누리던 시절의 성이 있는데 밤에 조명을 통해 보면 더 아름답고, 그 곳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고 소개가 되어 있어서 해가 저물 무렵 지도를 보며 성을 향해 나선다. 제법 잘 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멀리에서는 잘 보이던 성이 주위 건물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지고. 다섯 갈래 길에 서게 된다. 막연해져서 주위를 둘러보면 물어볼 사람도 없다. 그런데 어디서 솟아났는지 한 아가씨가 걸어오고 성이 멀지 않다며 갈 길을 일러준다.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어느 쪽 입구로 들어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요정처럼 나타나서 이쪽은 서쪽 방향, 다른 입구는 동쪽 방향 가는 차를 타는 데라고 애써서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열심히 알려주는 아주머니, 낯선 거리에서 갑자기 나타나 다시 거리로 멀어져 간다.

우리 삶을 되돌아보면 여행할 때만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 냇물이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달려들어 건져주었던 사람들, 산비탈에서 길을 잃고 안개 속에 있을 때 홀연히 와서 길을 알려 준 사람, 이동통신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 바람 빠진 타이어를 갈려고 낑낑거릴 때, 아기를 태우고 좁은 길에서 버스를 피하다가 차의 뒷바퀴가 도랑에 빠져 진땀을 흘리고 있을 때 적시 안타를 치듯이 나타나 상황을 바로잡아주던 사람들,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해 갈팡질팡 할 때 무심히 한마디 던져주고 간 사람…. 이들은 연락 받은 일도 없이 나타나고 보수를 받는 일도 없이 사라진다. 순간적으로 나타나 한 생명의 안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거나 옳은 길로 인도하는 사람들. 이들은 누구인가, 먼 여행길에서 우리를 인도하는 수호천사들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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