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계층개편 주민투표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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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제주도에서는 도내 행정계층구조개편문제를 오는 12월에 주민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라 한다. 그런데 제주도당국이 소위 제주형 자치모형 용역결과인 점진적 대안(현행 도와 시.군 체제를 유지하는 안)과 혁신적 대안(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을 폐지하는 안) 중 어느 것을 취하여 제주특별자치도안(案)에 담을 것인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려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아지며, 이하에서 그 논거를 간략히 적기로 한다(이 글은 필자가 지난 7월 15일자 본란에 쓴 ‘행정계층구조개편의 문제점’에 이어지는 글이다).

우선 제주도당국이 도내 행정계층문제에 관하여 주민투표에 부치려는 소위 점진적 대안과 혁신적 대안 중 주민투표의 본질적 대상이 되는 것은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는 혁신적 대안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점진적 대안은 현행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를 그대로 유지하는 안이므로 사실상 주민투표의 대상이 못 되며, 혁신적 대안은 현행 도내 지방자치체제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안이고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만일 도내 행정계층문제에 관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주민투표의 본질적이고 주된 대상은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는 사안(事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주민투표법은 제7조 제2항에서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주민투표금지사항에는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도 들어 있다(제2호). 또한 동법은 제9조와 제13조에서 주민투표를 발의 또는 실시할 수 있는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규정하고 있다(제주도행정개혁위원회의 의결로써 주민투표가 실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 전국적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존재하는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법인격(法人格)과 자치권 및 자치사무를 가지고 있으며 광역지방자치단체와는 별개의 지방자치단체들임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시.군을 행정구로 개편하는 것은 곧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여 그의 권한이나 사무를 소멸시키는 것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만약 제주도지사가 몇 달 후에 도내 시.군의 존폐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친다면 그것은 주민투표금지사항인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을 주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되어 현행 주민투표법을 위반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제주도로서는 도내 시.군의 폐지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여기서 어떤 자는 이 문제에 관하여 도내 시.군별로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주민투표의 발의 또는 실시 주체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간 다방면에서 전국적으로 우수한 실적을 올리면서 시.군정에 최선을 다해온 도내 각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현재까지의 각 시.군의 역사와 전통.자산(資産)뿐만 아니라 미래의 지역주민공동체의 위상과 명예 및 지역사회에서의 민주주의 발전문제 등을 깊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주도에서만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는 것이 제주도민들에 대하여 기초지방자치단체장선거권과 기초지방의회의원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그러한 내용을 규정한 법률이 제주도민에 대하여서만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인 참정권을 불평등하게 제한하는 것이 되어 헌법 위반의 문제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시.군 폐지에 관한 주민투표를 스스로 발의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아진다.

위헌.위법의 문제와 지방자치의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고, 시범 분권형 제주특별자치도의 추진과 필연적으로 연계시킬 필요도 없는 도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폐지에 관한 논의는 이제 더이상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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