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시대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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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강의는 강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담당교수가 강의안을 작성하여 사이버공간에 올려 놓으면, 학생들은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외국에서도 수강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강사의 얼굴을 대할 필요가 없으니 담당교수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또한 굳이 자기 학교 교수에게서 수업을 들을 필요도 없다. 요사이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어른에게 예의를 갖춘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하니, 혹 늙은 교수가 길거리에서 자기 자신이 가르친 학생에게 멱살을 잡힐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시험도 치르지 않은 한 여학생이 전화로 학점을 요구하여 허락하지 않았다. 대화 중에 “그래 네가 네 멋대로 학점을 정하느냐”라고 했더니 “나도 성인인데 왜 반말이냐”고 따지다가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도 있었지만, 직접 강의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교육하여 얼굴을 아는 것도 아닌데 문제될 것이 있겠는가? 교육하여 변할 수 있는 학생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막나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교육을 포기하기로 하였다. 이렇듯 컴퓨터는 편하지만 인간적이거나 예의 있는 사람으로 교육하지는 못한다.

현실세계에서는 서로 마주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교적 당당하게 행동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가상공간에서는 자신을 감출 수 있으므로 못하는 소리가 없고 없는 소리도 얼마든지 만들어내 괜한 사람을 음해할 수도 있다. 싫지만 세상은 이미 여기까지 변하고 말았다.

개인간에는 당한 사람만 기분 나쁘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들이 국가를 상대로 할 때는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할 것이다.

미국은 컴퓨터로 이라크를 공격하였다. 그때 만약 어떤 사람이 해킹으로 미국의 컴퓨터를 작동하지 않게 할 수 있었다면 미국은 쉽게 이라크를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니, 그는 이라크를 미국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그는 이라크의 역사에 길이길이 영웅으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주요기관들이 중국의 모처 사람들에 의해 해킹을 당하였던 일은 어떻게 수사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요사이 컴퓨터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중국의 역사 왜곡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런 문제를 초기에 방어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라고 이라크와 같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이버공간상에서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공격하는 인간적인 배려란 없다.

최근에도 야당의 여성지도자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수십 시간이나 이상한 모습으로 등장하였다고 한다. 그것을 막지 못한 공무원을 징계하라는 국회의원에게 높으신 나으리께서는 “담당자가 올린 것도 아닌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오히려 호통을 쳤다. 나라의 얼굴인 청와대 홈페이지가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될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해커가 청와대나 혹은 나라의 또 다른 핵심부를 공격하여 그 곳을 초토화시키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인데, 이 땅의 지도자들은 이렇게 감상적이고 안일한 사고로 ‘사이버공간에서는 폭력의 진원지를 알 수 없는데 누가 책임을 지겠느냐’고 항변만 하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혹 만들어 뿌려질지도 모르는 음해성 소문 때문에 두렵고, 국가적으로는 어느 날 갑자기 거대국가에 의해 이라크와 같은 신세로 전락될지도 몰라 두렵다’고 하면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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