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계획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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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한창 산아제한을 실시하던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가족 계획 표어 변천사다.

아마 40대 이상이면 이 산아제한을 위한 가족 계획 표어에 대한 향수를 느낄지 모른다.

그런데 43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표어가 등장한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는 세계 최저로 떨어진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표어를 공모한 결과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한 ‘한 자녀 보다는 둘, 둘 보단 셋이 더 행복하답니다’를 금상, ‘하나의 촛불보다 여러 개의 촛불이 더 밝습니다’를 은상, ‘자녀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형제입니다’를 동상으로 뽑았다.

이번에 선정된 표어는 대대적인 출산 장려 홍보를 위한 포스터로 만들어 진다.

오죽했으면 이 같은 표어를 공모했겠는가.

요즘 백일 잔치 초청을 받는 것 보다는 장례식 부고장을 받는 건수가 더 많은 사회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인구의 절대적 감소 시대를 맞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60년대 여성의 평균 출산 자녀는 6명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70년대 4.5명, 80년대 2.8명, 90년대 1.6명, 2002년 1.17명으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오는 2023년쯤부터 우리나라 인구는 507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때는 한 가정에서 아이를 3명 이상 낳으면 국가정책에 역행하는 의식 없는 자로 취급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셋 이상 낳으면 애국으로 간주돼야 할 것 같다.

이러다 보면 ‘셋 이상 낳아 국가 경쟁력을 키우자’ ‘셋 이상 낳아 애국자가 되자’란 강력한 표어도 나올성 싶다.

무조건 자녀를 많이 낳도록 하는 표어를 만들어 출산 장려 홍보에 앞서 양육비 보조등 육아정책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국가복지정책이 없는 가족계획 표어는 한낱 구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잘 지은 표어만 믿고 2세를 갖는 시대는 더더욱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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