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넨바움’과 ‘로타 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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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나무... 하면 소나무를 연상하고 러시아의 나무... 하면 자작나무를 연상하듯이 독일의 나무는 전나무다.

그 나라를 대표하는 나무와 민족성은 서로 닮는다는데 독일민족의 특징도 그들이 ‘탄넨바움’이라 하는 이 전나무의 생리를 닮았다고 한다.

어느 한쪽 가지가 바람을 맞아 흔들린다하여 다른 쪽 가지마저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 한쪽 가지가 고사(枯死) 했다고 해서 다른 쪽 가지마저 고사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병들거나 시들어가는 가지에 다른 가지가 활력과 영양을 주어 살려 내는 공생력(共生力)이 강한 나무다.

△얼마 전에 도내 어느 자치단체가 ‘동박새’를 지역의 ‘새’로 지정하기도 했지만, 새도 그 지역을 상징해왔다.

독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로 ‘로타 미란’이란 새가 있다.

우리나라 솔개와 닮은 새로 날다가는 날개 짓을 멈추고 공중에 1~2분 동안 그대로 정지하기를 잘하는 새다.

칸트가 이 새를 시간을 정지시키는 새라 했듯이 빨리 가다가도 잠시 머물러 상하 좌우로 흐르는 기류를 관망하여 진로를 정하는 신중함이 마치 독일사람을 닮았다고 한다.

△동.서독이 40여년간 분단돼 있었으면서 나라이름도 ‘민주’와 ‘연방’이라는 말만 달리 붙여 놓았지 모두 ‘독일공화국’ 이라고 한 것이나, 국기도 흑(黑). 적(赤). 황(黃)의 횡삼색기를 비슷하게 했던 것이나, 통일 이전까지 못사는 동독을 위해 잘 사는 서독이 경제적으로 지원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것들을 독일사람들은 그들의 ‘탄넨바움 정신’이라고 말해왔다.

독일 농부들은 또 ‘독일의 밭에는 경계가 없다’고 말한다.

개인과 개인의 밭에는 경계가 있지만 민족의 밭에는 경계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 독일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올해로 15주년, 독일이 통일(1990년 10월 3일)된지 14주년이 됐다.

그런데 로타 미란 같고, 탄넨바움 같은 독일인들이 통일 이후 경제가 침체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동독일들은 아직도 서독과 격차가 벌어져 있다고 불만이고 서독인들은 언제까지 돈을 더 퍼부어야 하느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경제침체 앞에서는 ‘탄넨바움’도 ‘로타 미란’도 속수무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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