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추석특집 중국거장걸작선’
KBS의 ‘추석특집 중국거장걸작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제 중국은 ‘제4세대 지도자 체제’로 접어들어, 국경 안에 ‘숨어든’ ‘불법침입자’들을 자국의 사법체계 안으로 방(放)하라고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정책이 변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의 변화가 보인다, 연일 아우성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중국의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며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이 점에서 공영방송 한국방송공사(KBS)가 편성한 ‘추석특집 중국영화 시리즈’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추석특집 중국거장 걸작선’은 세 편의 영화로 구성되어 연휴 동안 하루에 한편씩 안방에 선사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27일), ‘투게더’(28), ‘책상 서랍 속의 동화’(29)가 그것이다. 순서대로 첫째, 셋째는 장이모우[張藝謀] 감독, 둘째는 쳔 카이거[陳凱歌] 감독의 작품이다. 첫번째 작품은 감독 자신이 모친상 직후 영감을 얻은 터라 부모에 대한 자식의 그리움 속에 피어나는 부모의 젊은 날 첫사랑이 더없이 아름다운 영화다. 두 번째 작품은 가난과 부패 속에서도 아들 리우청의 바이올린 교육을 위해 끝없는 사랑을 베푸는 부자지간의 정을 그린 영화이고, 마지막 작품은 시골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제지간의 정을 그린 블랙코메디 류다.

이 세 작품이 한민족의 대 명절에 ‘거장의 걸작’이라는 이름으로 시리즈 편성되어 공영방송의 전파를 탄 일은 그 자체로도 참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 대한 증대된 관심의 표징이라 믿어 찬사를 아끼고 싶지 않다. 그러나 동화 같은 앞 두 편의 영화도 문제려니와 얼핏 시골벽지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해부하는 듯하지만 실은 관료주의의 선(善)과 언론의 미(美)로 권력의 진(眞)을 은유하는 세 번째 작품은 중국 특색의 주선율(主線律)에서 멀지 않은 작품이라 문제가 적지 않다. 요컨대 앞 두 편이 탈(脫)중국적이라면, 후자는 중국적 입세주의(入世主義)의 표본인 셈이다.

필자는 물론, 누구나 고향을 찾는 추석에 중국영화를 빌어 고향 시골학교의 추억을 선물하거나 가족의 정을 일깨우려했던 편성의 순수한 의도를 높게 평가한다. 또한 외화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지 못하고 방영권만 가짐으로써 파생되는 편성의 제약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작금의 중국 가족의 현실을 그린 영화라면 ‘소무’(쟈짱커 감독)도 있고, 중국 사회의 청춘의 사랑을 보여주려거든 ‘북경 녀석들’(장위앤 감독)도 있지 않은가? 희비가 교차하는 것이 진짜 가족애이고, 애증이 엇갈리는 것이 진짜 연애인 것이다. 그 반대는 가짜이기 쉽다. 필자는 이러한 작품의 언어로부터 중국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합리적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추석특집 거장걸작선’을 화두로 삼은 것은, 적어도 필자에겐, 공영방송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고, 나아가 공영방송의 수준이 곧 국민의 대(對)중국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한다는 자각 때문이다. 만일 우리의 공영방송이 이국의 동화 같은 그림과 감동적인 미장센에만 주목한다면 그것은 자칫 중국 관방의 주선율을 편곡하는 함정일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또 하나의 왜곡 내지 왜곡된 시각의 재생산에 가깝다. 적어도 공영방송은 영화 한 편을 통해서도 국민들이 타자를 독해(讀解)하고 타자와 대화하는 문법의 레벨을 힌트 받을 수 있는 편성의 권익을 늘 살펴야한다. 외화의 방영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날로 의미가 심장해지는 중국 측이 생산하고, 검열마저 패스한 경우라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