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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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첫 술 소송이 제기됐다. 술 소비 피해자 모임인 ‘알코올 소비자 권리보호센터’ 회원 32명은 지난 11일 국가와 술 제조 및 판매회사 등을 상대로 “술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채 술을 판매해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17억4000만원 상당의 손배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원고측은 음주자가 술에 대한 구체적인 적정 섭취량 등을 알지 못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점, 술의 폐해를 모호하게 표기해 소비자 보호법상 소비자로서 보호받을 권리를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경기침체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28억9860만 병의 소주를 마시고 7080억원의 세금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는 자료도 나온 바 있다.

위스키가 불황여파로 전해에 비해 6.7% 줄어든 1조4000억, 맥주는 3조1750억 어치를 마셔 술 천국의 위상을 또 한번 드높였다.

물론 소주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며 삶의 가장 가까이에서 친구로, 때론 스트레스를 푸는 위안으로 자리잡은 것에 대해 반론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통제력을 잃거나 무분별한 과음으로 인한 손실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일찍이 시인 조지훈은 ‘주도유단(酒道有段)’을 통해 술의 폐해를 경계했다.

주객의 단수를 바둑처럼 9급에서 9단까지 매겼는데, 여기서 급수는 생략하고 초단은 애주(愛酒) 단계다. 이어 기주(嗜酒), 탐주(耽酒), 폭주(暴酒), 장주(長酒), 석주(惜酒)를 거쳐 낙주(樂酒)가 된다. 7단의 낙주는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 경지다. 다음의 8단은 관주(觀酒)인데 술을 보고 즐거워 하되 이를 마실 수 없는 사람이고, 최고 경지인 9단은 폐주(廢酒)로서 술로 말미암아 이미 다른 세상 사람이 됐다는 경지다. 열반주라고도 한다.

이 폐주의 경지에 이른 인물 중 유명세를 톡톡하게 치르고 있는 이가 바로 중국 위진시대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유령(劉伶)이다. 그는 술을 좋아해서 주덕송(酒德頌)을 지어 술을 찬양하고 술과 관련된 일화도 많이 남겼다. 압권은 자신이 죽고 난 다음 자신의 관 속에 술을 담아서 그 속에 자신을 담가 줄 것을 부탁하는 유언을 남긴 것이다. 이같은 사실에 애주가들이 혹 할 필요는 물론 없다. 그도 폐주의 경지에서 술로 인해 사망했을 뿐이다.

술 소송에서 원고측이 밝힌데로 술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줄이기 위한 알코올 치료센터 설치 등 국가나 술 생산겿퓔탈 다각적인 방안 모색이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그것이 술도 살고 사람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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