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미술에 대해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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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친일미술이란 말이 가끔씩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문학평론가 임종국이라는 분이 일생을 걸고 친일 문학인들을 조사연구한 일이 있었는데 미처 끝내지 못하고 아깝게도 타계하였다. 일제 36년의 역사를 샅샅히 뒤졌는데 정리하지 못한 자료가 산같이 쌓여있다고한다.

나는 그 분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나처럼 철모르고 살아온 어린날이 부끄러워 작심하고 지난날의 역사를 살펴서 우리의 후배들은 그렇게 살지 말기를 바랬든 것이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친일 행위를 먼저 들추어 그것을 발판삼았다는 것이고 또 그것을 아버지가 허락하였다는 점이다.

아무튼 임종국이란 사람은 그의 생을 다 바쳐서 전력을 다해 친일한 문학인들의 사례를 색출하여 세상에 알렸다. 60년대 후반이었다는 걸로 생각되는데 그의 ‘친일문학’을 얻어 읽고 나도 크게 감명 받은 바가 있었다. 70년대 중반쯤 미술잡지 ‘계간미술’에서 친일미술의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바가 있었는데 그 때 조금 우리 미술계가 시끄러웠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최근 우리미술사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아져서 일제시대 미술인들의 행동이 상당히 연구가 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전문가 아닌 사람들에 의해서 산발적으로 어느 특정인들을 거론하여 혼란을 야기하는 수가 있는데 그런식으로 감정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3·1운동 직후가 아니었을까 싶다. 조선의 미술인들이 총동원하여 서화협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당시 휘문고등학교 강당에서 대전시회를 한 일이 있었다. 이에 조선총독부가 놀랬는지 즉시 이른바 ‘선전’이라는 것을 제정하여 다음해에 즉각 실시하였다. 선전(鮮展)이라는 것은 약칭이고 ‘조선총독부 미술전람회’가 정식 이름이다. 그리하여 한국의 미술인들이 일본사람들이 운영하는 선전에 출품을 하게 되는데 거기에는 입선. 특선이 있고 무슨 상 무슨 상등 요즘 공모전이 선전의 유형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떤 미술인들은 조선사람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서화협회전에만 출품하고 어떤 미술인들은 일본사람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선전에만 출품하게 되는데 말하자면 미술인들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어떤 미술가들은 선전에 출품하여 연속 특선들을 하다가 점차 거기에서 이탈하여 서화협회전에만 관계하는 이들이 생기고 또 어떤 이들은 양쪽에 두루 출품하는 이들도 생겨난다.

서화협회는 1936년 일본사람들에 의해서 행동이 제지 당하고 일제가 1941년 소위 대동아전쟁이라는 2차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조선미술가협회라는 조직으로 통일되었다. 그 뒤 전쟁기록화 전람회를 전쟁 끝날 때까지 몇 차례인가 하였는데 그 무렵의 일들이 특히 친일미술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을 볼 수 있다.

누가 일본 편에 서서 적극 활동을 하였는가 하는 것을 가려야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게 가려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문제는 전문학자들에 의해 우선 전모가 공개돼야 할 것이고 전체 속에서 누구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를 보아야지 전체가 고려되지 않은채 어떤 사람만 인민재판 하듯이 다루는 것은 무모한 짓이 아닐까. 전쟁이 끝나고 일본에서는 일부 미술가들이 전범재판에 회부됐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그 중 후지다라는 유명한 재불화가가 전쟁 그림 전시회에 출품한 일이 있어 재판을 받았지만 맥아더 장군이 손을 써서 미국으로 보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무심했다는 것은 뒤늦게나마 반성해야 할 일이다.

내가 이롭기 위해서는 자존심도 버리고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는 우리네 풍토가 부끄럽다.

그게 모두 우리가 식민지시대에 배운 수치스런 오점이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그 잔재를 씻는 일이 급한 것이고 누구를 징계하고 보복하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은 양식이 아니다.

일제 식민지를 겪으며 우리는 고귀한 정신적 자산을 많이 잃었다. 정신 바로세우기 운동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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