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에게 票에서 해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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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하원의원「에드먼드 버크」는 1774년 선거구인 부리스톨 연설에서 "나는 부리스톨의 대표가 아니라 영국의 대표" 라고 하여 대표위임제를 제안했다.

대표가 선출되면 지역구에서 해방되어 독자적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며 단체장도 선거구민에서 해방되어 자치주권자의 대표자로 독자적인 정책을 펴 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정책결정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우수한 인재를 선거를 통하여 선임하고 공직을 수행케 하여 성실하고 사심 없는 직무수행을 기대한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기 바쁘게 선거구민들은 표를 볼모로 공직자를 놔주지 아니한다. 사회에는 조직도 많고 행사도 많다. 특히 근래에는 지역단체뿐만 아니라 이익단체까지 여럿이 있어서 선출직 공직자 입장에서는 가는 곳 마다 표만 보인다.

그래서 표를 의식하다보니 너 좋고 나 좋은 식이어서 공익과 적정성 여부의 판단은 뒷전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가 병들어간다.

도심에는 돈 많이 들여 길 뽑아놓고 주차장으로 사용한다. 택시면허 달라는 대로 주어 놓고 장사 안 되니 가스대금 보전해 준다. 공무원이 집단행동을 해도 속수 무책이다. 마을회관 지어놓고 이용은 못하면서 겨울 난방비는 지급되고 시골의 오솔길 까지 아스팔트포장이 됐다.

우리나라가 돈이 그리 많은 나라가 아닌데 공금은 눈 먼 돈이어서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인 것 같다. 이 돈 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세금인 것은 의식하지 못한다. 선거구민들이 표를 볼모로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주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온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1년에 공식으로 치루는 축제만도 마흔 일곱 번이니 한달에 네 번 매주 하는 꼴이다. 내용도 비슷해서 놀이패와 먹거리가 으레 등장하고 선거직 공직자들이 얼굴을 비처야 한다.

어디 축제뿐인가. 마을이면 마을 마다 단체면 단체마다 단합대회를 하니 주말이면 학교운동장이 쉬는 날이 없다. 물론 주민이나 단체의 결속을 위하고 여가를 즐기기 위하여 좋은 것이나 지나친 것 같다. 성격이 비슷한 행사는 통합하면 효과가 커질 수도 있다.

직접 관계가 없는 행사라면 선거직 공직자를 모시는 것도 삼가 할 일이다. 모신다 해도 도 단위 행사에만 도지사를 모시고 시·군 단위 행사에는 시장 군수가 참석하고, 읍·면단위 행사는 읍?면장이 참석하면 되는 것이지 공직자라고 아무데나 참석을 하면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

선거구민이 표에서 해방시켜주지 않은 한 대표민주제의 실현도 힘들 것이고 공직자에게 선정을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공직자에게 능력껏 직무를 수행하게 하고 임기가 끝났을 때 그간의 직무를 수행한 결과를 보면서 재신임 여부를 평가해야 하는 것이지 선심 쓰고 선거구 돌아보는 것을 기준으로 평가하고서는 참다운 대표를 선임할 수 없다.

고집스럽게 강한 미국을 위하여 밀어부치던 미국의「부시」대통령은 표를 보고 기웃거리지도 않았고 특정지역 개발을 공약하지 않아도 29개 주에서 선거인단 286명을 얻어 재선됐다.

불법집회가 있어도 표를 의식해서 단속하지 못하고,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표를 의식해서 단속을 못하니 질서행정은 간데 없고 그 틈새에 대낮에 아파트를 터는 대담한 도둑이 나오기도 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우리만의 대표가 아니라 모두의 대표다. 그의 우수한 능력을 발휘하여 주민을 위한 공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표(票)에서 해방시켜야 참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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