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투쟁의 힘은 어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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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시가 하나씩 죽어가도록 내버려두고, 자랑스러운 기념물들을 차츰 없애서 우리 자손들이 보고 경탄할 역사와 아름다움을 남기지 않는다면 끔찍한 일이 아닌가? 우리 도시의 과거에서 영감을 얻을 수 없다면 후손들은 대체 어디서 미래를 위해 투쟁할 힘을 얻을 수 있겠는가?” 1970년대 말,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뉴욕 중앙역사(Grand Central Terminal)의 철거계획에 반대하여 했던 말이다.

1913년에 세워진 이 건물은 주변의 고층건물들에 둘러싸인 높이 40m의 낮고 낡은 것이었지만, 결국 건축비용(4300만불)의 5배 가까운 복구비용(1억 9700만불)으로 복구되어 현재 사용되고 있다.

어느 국가나 지역이든 자손들에게 보여줄 역사적 기념물들은 나름대로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자랑스러운 것이거나 아름다운 것이거나에 관계없이, 단지 우리의 것이기에 기념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서 후손들이 어떠한 영감이든 얻을 수 있기에 그러한 것이다.

우리 제주의 건축유산들이 뉴욕 중앙역사와 같은 대건축이나 유명한 건축가의 역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뉴욕 중앙역사의 예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크다. 왜냐 하면, 어떠한 건축유산들도 우리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진솔한 기념물들이기 때문이다.

“건축은 가장 현실에 가까이 있는 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에게는 여전히 예술적인 것의 정수가 아니다”라는 20세기 초 서구의 어느 건축가의 탄식이, 엉뚱하게 이 시대에 와 닿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건축을 단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도구정도로 여기는 일반적인 인식태도 때문에, 건축유산을 중요한 역사기념물로 고이 간직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복원이나 보수라는 작업에도 치밀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 건 아닐까.

요즘 관광자원화라는 명분으로 복원 및 보수 등의 과정을 거친 제주초가를 보더라도, 제주초가의 원형과 조금은 다르다. 또 전통기법이 제대로 복원되어야 하는 권위건축의 경우에도 소홀히 다루어진 부분들이 있다. 이것은 현재의 우리가 후손들에게 넘겨야 할 유산들이 변형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변형된 유산들에서 우리의 후손들이 얼마나 제대로 된 영감이나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그나마 우리는 오랜 과거의 문화유산에는 많은 배려를 하면서, 가까운 과거의 문화유산에는 비교적 인색하지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랜 과거의 것은 조상의 얼과 지혜가 배어있어 자랑스럽고, 가까운 과거의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일까. 가까운 과거란 19세기 말 이후의 결코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근대시기를 말하는데, 근대시기의 문화유산은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다루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근대시기가 우리의 역사가 아닌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러한 건축유산들이 도시공간 속에 자리 잡은 일상적인 것이라면, 도시환경의 빠른 변화에 따라 너무나도 쉽게 사라질 수도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역사란 면면히 이어져야 하는 실타래와 같은 것이지, 있을 것만 들어있어야 하는 보기 좋은 구슬주머니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제주의 건축유산들을 대건축이나 유명한 건축가의 역작이 아닌 소박한 것이라 하여 함부로 다룬다면, 훗날 우리의 후손들은 대체 어디서 미래를 위해 투쟁할 힘을 얻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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