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박정희 의장 제주 방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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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의장 “한라산 횡단도로 개설해야 제주 발전”
김 지사, 국내 도로 개발 사업 이정표로 전국적 관심
박 의장 “제주를 홍콩·하와이같이 만들어야 관광 발전"
▲ 박정희 의장은 초도순시기간 도내 주요 시설 곳곳을 방문하는 등 제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도민들은 박의장이 점검 현장을 지날때마다 거리로 나와 환영 열기를 전했다.

■ 박 의장 앞에서 벌어진 설전
나는 오찬을 마치고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장관 일행을 제주도청으로 모시고 가서 도정현안과 제주개발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박 의장 앞에서 펼친 제주도 개발계획은 한라산 제1횡단도로(5·16 도로) 개설 및 일주도로 포장, 식수문제, 4·3이재민 원주지 복귀사업, 특용작물재배와 감귤재배, 관광산업 육성 등 제주도를 하와이나 홍콩과 같은 자유도시로 개발해야 할 것을 건의했다.

 

특히 식수문제는 지하수 개발과 용출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지는 못했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문제였다.

 

나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박 의장을 수행한 내무부의 이헌경 도로과장이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 불가론을 제기했다.

 

이 과장은 국내 제1일의 도로포장 전문가였다.

 

그는 “정부는 도로의 효율을 위해 하루 차량 통행대수가 880대 이상인 도로에 한정해 포장지원을 하고 있어서 제주도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과 일주도로 포장은 규정상 불가능하고 시기상조”라고 반대했다.

 

당시 제주도내 전체 차량 보유대수가 300대가 채 되지 않았고 이 과장의 논리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나는 이 과장이 반대하고 나서자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박 의장 앞에서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문제를 반드시 결정지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바로 나는 이 과장의 논리에 대해 맞는 말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식으로 개발하면 제주도의 개발은 처음부터 엄두도 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리고 제주도처럼 특수한 지역은 특수한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선 먼저 길을 만들고 포장하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맞대응 했다.

 

내 말은 도로를 먼저 개설해야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고 그러다 보면 제주도에 자동차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 과장은 나의 이같은 반론에 장비운송의 어려움을 들며 또 다른 방향에서 공격해 들어왔다.

 

이 과장은 “길을 개설·포장하기 위해선 크락샤와 불도저, 롤러와 같은 중장비들을 제주도로 운송해야 하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계속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과장은 지금까지 제주도가 개발이 되지 못하고 큰 사업을 하지 못한 것도 장비운송문제도 한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또 “제주도지사용 관용차도 수송을 하지 못해 아직까지 서울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 과장이 장비수송문제를 거론한 것은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사업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생각하면서 트집을 잡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속 마음으로는 ‘잘 됐다’고 생각하면서 해군 준장출신임을 강조하고 장비 수송문제는 해군 LST의 협조를 얻어 처리할테니 그 문제는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고 여유롭게 이 과장을 궁지에 몰았다.

 

내가 해군을 통해 장비와 차량을 수송할 줄은 중앙정부 관료로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몰랐을 것이다.

 

이처럼 중앙정부 관료들은 근본적으로 제주도 개발에 아예 관심조차 없었고 도로 개설문제는 더더욱 그랬다.

 

장비운송문제도 정부가 하려고만 했으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나와 이헌경 내무부 도로과장의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문제 논쟁을 조용히 듣더니 싱긋이 웃으시더니 내 의견에 동조하면서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문제는 그것으로 결정지어졌다.


■ 박 의장 5·16도로 개설 지시
박 의장은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문제에 대해 “잘 생각했다. 잘했다”고 내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박 의장은 “아스팔트는 인구와 자동차 통행대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이 과장 말대로 옳은 얘기다”면서도 “하지만 제주도는 차가 들어와서 도로를 개설하는 것은 부지하세월이다. 제주도에 언제 차가 생겨서 도로가 개설되겠느냐. 도지사의 말이 옳다”고 내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해서 모두가 불가능하리라고 여겼던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문제는 3개월여간의 논란 끝에 박 의장이 마침내 결정지었던 것이다.

 

박 의장은 “일주도로 포장은 나중에 해도 된다.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을 먼저 하는 것이 제주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일주도로 포장 후에 횡단도로 개설은 어렵다는 도지사 애기가 맞다. 제주도가 언제 차가 늘어서 그 규정에 맞추겠나. 공사가 힘들어 질 것”이라며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확인시켜줬다.

 

이렇게 결정된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사업은 전국적인 뉴스를 타면서 제주도 개발의 상징이 됐고 제주도 개발의 시발점이 됐으며 향후 우리나라 도로개발사업의 첫 이정표가 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사업은 제주도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고 제주도 관광 개발사업을 일으키는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

 

나중에 이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설을 통해 거미줄 같은 도로망이 제주도에 갖춰졌다고 본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나와 설전을 벌였던 이헌경 내무부도로과장을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이 과장은 내게 "그때는 관료로서 정부규정에 따라 그렇게 말했지만 지사님은 대단하다"며 "행정상 그렇게 못하는 일인데 이뤄냈고 결과적으로 한라산 제1횡단도로개설은 제주도발전을 위해 잘하신 일"이라고 높게 평가해줬다.


■ 제주도를 자유도시로 만들자
박 의장은 제주개발 브리핑을 들은 후 “제주도는 앞으로 홍콩·하와이와 같은 자유도시로 만들어 관광사업에 치중해야 한다”고 제주개발의 비전을 확실히 했다.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그러기 위해선 제주도의 관광사업과 특용작물인 밀감은 특수한 사람만 먹었지 일반 사람은 못 먹었다”며 “전 국민이 사과를 먹듯이 밀감을 먹도록 재배해야 한다”고 감귤산업육성의 필요성을 내게 강조했다.

 

박 의장은 또 내게 “밀감수종을 갱신해야 한다. 일본에서 묘목을 들여오고 연차계획 세워서 중산간 부락에 약초를 재배하고 관광사업 위해선 도로망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박 의장은 내가 제주도의 기후와 특성을 살려 파인애플 바나나 등 아열대 과일을 제주도에 재배하겠다고 보고하자 그것에 큰 흥미를 느끼셨고 조용히 웃으시기도 했다.

 

나는 브리핑 후에 제주도 개발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도로개설과 포장이 시급한 실정인제 재정이 어려워 정부 예비비를 제주개발사업에 쓸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건의했다.

 

박 의장 곁에 있던 한신 내무부장관은 “김 지사는 너무 욕심이 많다”며 박 의장에게 일에 대한 나의 열정을 은근히 돋보이게 하려 했다.

 

박 의장은 내가 제주도 업무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내내 심중하게 경청했고 중간에 끼어들어 질문을 하거나 불편한 표정을 짓는 일 없이 편안한 모습을 보이며 나를 편안하게 배려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저절로 흥이 나서 신나게 브리핑을 잘 할 수 있었다.

 

박 의장은 또 4·3사건 이재민 원주지 복귀사업에 대해서도 “다 제주도민을 위해서 하는 일이지만 4·3원주지 복구사업은 반드시 잘 해야 한다”고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나는 박 의장 앞에서 신나게 브리핑을 한 후 내가 박 의장에게 너무 제주도 입장에서 일방적이고 무리한 요청을 해 예의에 벗어나지 않았는지 한편으로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박 의장은 내가 건의하고 요청한 모든 것을 다 받아주셔서 더 고맙게 느껴졌다.

 

박 의장은 마무리 말을 하면서 수행한 장관들을 보며 “김 지사가 설명하는 내용은 제주도에 꼭 필요한 것이니까 중앙정부에서부터 잘 지원해라”고 직접 지시하고 한신 장관에게도 “제주도의 사업들이 각 부처와 관계된 것이 많으니까 내무부가 이 문제를 적극 정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 의장이 이렇게 제주도 개발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전적으로 지원하니까 이후부터는 내각 장관들도 제주도사업에 반대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오히려 내각수반은 물론 각 부장관들은 앞 다퉈 제주도를 방문하고 정부차원에서 제주도에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 찾아다니기까지 했다.
정리=강영진 정치부장
yjka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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