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벼룩의 선지를 내어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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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부터 쓴 소리다. 지난 12월에 있었던 어느 ‘아기의 죽음’이 너무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섯 살배기 아기의 굶주려 죽은 소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의 가난은 결국 동네까지 구걸하다가 마침내 동사무소를 찾아가 ‘도와주십시오’ ‘어린아이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애걸을 했어도 행정은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외면했던 것이다. 부모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아기는 이미 죽어 있었다. 의사의 손으로 죽음을 확인하는 그 사진이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이렇게 마음 아파했던 소식이 엊그제인데 또 서귀포에서 ‘부실 도시락’ 사건이다. 또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민심은 간 데 없고 행정은 실종 그 자체였던 것이다. 요즘 세상인데, 새해 벽두부터 개운치 않은 시작이다.

가난은 불편한 것뿐이라고 늘 주장했었다.

그러나 배고픈 어린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아니었다. 도시락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던가? 생명을 지키는 초조한 시간이었던 게 아니던가! 그래서 굶주림은 고통이었던 것이다. 한없이 고마워하면서 도시락 시간만을 기다렸던 그 아이들..... 그 어린 학생들에게 한없는 눈물이 되어버린 “부실 도시락”, 이해나 될 상 싶은가? 할 말을 잊어버린다. 얼마 되지도 않은 이익을 당치 않은 곳에서 얻어보려는 덜된 검은 상흔과 행정실종에서 비롯된 이 사건, 국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불신과 흥분과 의구심으로 우리를 흥분하게 만들고 있다. 벼룩의 간에 六間大廳(육간대청)을 짓겠다.

이러한 속담 역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 큰 것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사업을 점검한 복지부의 행보였던 것이다.

즉, 서귀포시를 놓고 “도시락 모범사례 시”로 선정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현애자 국회의원이 밝힌 내용을 보면, 부실 도시락 파문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5일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 사무관이 도내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사업을 점검하고 서귀포시를 시범사례 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공개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담당 사무관이 서귀포시를 찾아 방학 중 아동급식 실태조사를 한 바는 있으나, 시범사례로 삼겠다고 현지에서 결정한 바는 없다’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면서, 되레 ‘현장을 점검할 때 서귀포시 담당 계장과 과장은 오히려 자신들의 사례를 수범사례로 선정해 달라면서 표창까지 요구했다’고 주장을 한다. 어처구니없는 주장들이다. 이것이 우리 나라 행정이란 말인가? 가난 때문에 굶주리고 있는 결식 아동들을 앞에 놓고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장난들인가? 분노도 그렇지만 수치 그것뿐이다. 작금의 행태들이다. 정말 민망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제주도 교육청은, 결식 아동들을 상대로 발생한 부실 도시락 파문과는 아주 무관한, 2005학년도 친환경급식 시범운영학교로 29개교만을 지정한다. 이 또한 반어적 상황인 것이다. 제주도 교육위원회 역시 이에 대한 입장이나 대안은 아무 것도 없다. 오직 관망으로 일관하고 있음이 또한 이상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오늘의 시점이란 말인가?

그들은 연한 바람결에도 아파하는 사람들이다. 정성과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그들은 혼자인 것처럼 고독하지만 그러나 그들은 훌륭한 사랑을 체험하는 사람들이다. 희망과 의지를 심어줘야 할 것이다. 의식은 병이 깊어, 인간들은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는 오직 사랑과 생명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삶의 진실한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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