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꼬리를 내리게 한 희토류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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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각층의 사람들은 ‘당신은 소크라테스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한 사람에게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모욕을 당한 것같이 생각한다. 그러나, ‘희토류원소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태영하게 ‘모른다’는 대답을 하는 신사·숙녀들이 많은 것 같다.

희귀금속 확보전쟁이 무섭다. 과거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중심으로 빚어졌던 갈등요인은 이제 다양한 광물자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첨단산업에 사용되는 희귀한 자원을 놓고 벌이는 국가간 갈등이 첨예한 분쟁으로 비화되는 상황이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에서 일본이 짐이 된 것은 결국 희토류금속(稀土類金屬, rare earth metals)이었다. 중국이 희토류원소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압력을 가했다. 이에 일본은 자존심도 팽개치고 백기를 들었다. 한 국가의 첨단산업 발전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한 단면이다.

이들 원소를 ‘희토류’라고 칭한 것은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희토류원소들 중 많은 원소가 풍부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잘못된 이름이다. 그러나, 희토류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이유는 아마도 점점 그 가치가 귀중하게 여겨지는 귀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륨(cerium, Ce)은 구리만큼이나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이다. 17개의 희토류원소 중 가장 양이 적은 툴륨(thulium, Tm)도 은이나 금, 백금보다도 더 풍부하다. 물론, 태양 내부나 다른 별들에는 훨씬 많은 양이 존재한다.
‘희귀한 흙’이라는 뜻을 지닌 희토류는 하나의 광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란탄족(lanthanoid)의 15개 원소(원자번호 57∼71)과 스칸듐(scandium, Sc)과 이트륨(yttrium, Y)을 합친 17개 원소를 지칭한다. 이들 원소는 화학적으로 안정하면서 열을 잘 전달한다.

1902년 영국 화학자 William Crookes는 이 부류에 속하는 원소들에 대해 “이들은 미지의 바다처럼 우리에게 밀려와서 당혹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신비스런 계시와 가능성을 속삭인다”고 읊은 적이 있다.

특별한 성질을 지녀야 하는 전자제품에는 예외없이 이들 원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이후부터 급속하게 그 유용성이 표출된 희토류는 금속산업, 촉매제, 유리 및 렌즈산업, 첨단세라믹, 영구자석, 인광물질, 레이저산업, 초전도체 제조 등에 사용된다. 구체적인 예로 전기자동차, 풍력발전모터, 액정표시장치 등의 핵심 부품이다. 이 때문에 희토류원소를 흔히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고 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생산량 비중은 97%에 달한다. 희토류 등 중국이 보유 중인 희소금속이 IT산업 등 각 나라의 신성장 동력에 필수적이다. 정부 관료와 기업인들은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전시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확보하듯 광물자원의 비축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리고, 우리 모든 국민들도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는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신의 인격 고양 및 장래의 국가 번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직시해야 될 것이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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