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킨 末路가 이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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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피랍됐다가 귀환한 해양경찰대원 김창호(77. 조천읍 신촌리) 순경 등 4명을 다룬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과 자세는 너무 통탄스럽다.

정부는 이들이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하다가 중국 무장어선단에 피랍된 사실을 알고도 ‘실종’ 처리했다.

그리고 이들 대원들이 중국에서 12년간 옥살이를 하고 귀환한 후에는 단 한 푼의 보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관원을 동원, 감시. 미행을 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송사를 진행시키면 신상에 좋지 않다”는 협박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지난 38년간 거리행상. 날품팔이 등으로 밑바닥 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민주국가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지금까지 묻혀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고도 해양경찰이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니 이 아니 신기하지 않은가.

김창호 순경은 누구인가.

29세의 청년 해경대원은 꼭 50년전 야음을 틈타 평화선을 침범해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나포하던 중 오히려 피랍됐다.

그는 피랍과정에서 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중국 어선의 공격을 받아 동료들과 함께 중경상을 입고 중국으로 끌려가 산동(山東)성 칭다오(靑島)와 지난(濟南) 감옥에서 12년간 구금됐다.

공포와 좌절의 12년을 뛰어 넘어 죽음만이라도 고향에서 맞이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지에서 돌아온 용감한 해양경찰이다.

그가 그 때 무릎에 박힌 수류탄 파편으로 지금도 다리를 절면서 “국가를 위해 일한 죄밖에 없는데, 국가는 우리를 버렸다”고 울고 있다니 말문이 꽉 막힌다.

이런 국가를 믿고 누가 나가서 조국을 위해 총을 들겠는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군경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대다.

남의 나라에서는 전사자의 유골을 찾기 위해 거액을 쓰는데 우리는 살아서 스스로 귀환한 영웅들에게 이렇게 한 맺힌 삶을 살게 했다.

너무 비참하다.

이들이 지난 6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보상과 명예회복을 바라는 진정서를 냈다고 한다.

국민에겐 국민의 의무가 있듯이, 나라엔 나라의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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