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우정의 해 2005”, 그 많은 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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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초여름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한일 우정의 해 2005’의 의미와 그 한계 시야에 대해 사견을 피력(「생산적 미래와 역사의 기억 방식」, 2003.6.25일자)한바 있다. 일본의 지성(知性)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언필칭 국가간의 교류와 우정(友情)은 상대편도 우리 자신도 모두 면종복배(面從腹背)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발언이었다. 아뿔싸. 그 말이 씨가 되었던 것일까. 광복 60주년을 맞아 국가의 차원에서 마련한 ‘우정의 해 2005’ 축제가 일본 정치권의 ‘망언’으로 말미암아 끝을 모르는 질곡으로 추락하고 있다.

필자는 ‘독도’ 문제로 암담해진 국가적 축제의 불투명에서 축제의 기획에 드리워진 문제 일반을 주목하고 싶다. 나라 안의 축제 하나하나가 모여 국가적 축제로 승화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불현듯 지난해 연말 언론을 통해 발표되었던 문화관광부 ‘2005년도 문화관광 축제 선정’ 결과가 떠오른다. 문화부의 발표는 곧 국가의 축제 예산 지원의 기준과 그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국가 레벨에서 지원하는 문광부 지정 축제는 ㉠대표축제, ㉡유망축제, ㉢예비축제로 나뉜다. 3원화된 범주의 축제 가운데 실제 예산의 지원을 받는 축제는 ㉠과 ㉡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예산 문제이지만 실상은 그 이상이다.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에 속하는 18개 축제 가운데는 ⓐ2억 5천만 원이 지원되는 최우수 3개, ⓑ1억 3천만 원이 지원되는 우수 7개, ⓒ6천만 원이 지원되는 지역육성 8개로 구성되어 있다. ㉡에 속하는 축제 9개는 각각 4천만 원이 지원된다. 모두 총 25억의 국가 예산이 나라 안의 크고 작은 축제의 육성과 진행에 지원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없었다. 그나마 북제주군의 주관으로 매년 정월대보름 전후에 열리는 ‘들불축제’(상반기)와 서귀포 ‘칠십리축제’(하반기)가 겨우 예산 없는 ㉢예비축제에 들었는데, 문광부의 지원액은 모두 0(零)원이다. 믿고 싶지 않다거나 비교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아마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예산을 지원받는 축제는 ‘문화관광부 후원’ 명칭을 사용하는 권리 외에, 지원액으로 축제 전문가의 자문 및 평가를 위촉하고, 또한 국내 홍보와 한국관광공사 해외조직망을 통한 해외 홍보 및 마케팅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현재 문광부는 축제의 관광 상품성을 높여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해외에 축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는데 예산 지원의 외면을 당한 도내의 축제가 얼마만큼 육성 정책에 호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민이 거주하는 엄연한 이 고장의 국가 지원 축제 예산이 25억 가운데 2.5억도 아니고 0(零)원이라니 아연할 따름이다.

예산의 지원이 곧 축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축제가 삶의 전부도 아니다. 그러나 1/15의 정책적 배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문화, 교육 행정의 ‘관례’인데, 이런 점에서 축제 예산의 생략이 혹시 모든 것을 웅변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할 바 없이 ‘한일 우정의 해 2005’가 현재 기우뚱하게 위축되어 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한갓 건물 하나도 기초가 탄탄하지 않으면 장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법. 나라 안의 축제가 하나하나 건실해야 국가적 축제 또한 총화로 피어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망각되어 왔던 ‘독도’가 오늘날 역사문제로 비화되어 국가적 축제의 위축을 자초했듯이,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소외된 ‘제주도’가 또한 언젠가는 충분히 사회적으로 전화할 것이라면 지나친 우려일까. 혹시 그 근거를 우리 스스로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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