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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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왕이 어떤 젊은이에게 사람을 급히 보내어 즉시 입궐토록 명령했다.

그런데 이 젊은이에게는 세 명의 친구가 있었다. 첫 번째 친구는 가장
소중하고 다정하게 여기는 친구 였다. 두 번째 친구 역시 사랑하고
가까웠지만 첫 째 친구처럼 그리 소중히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 번째 친구는 친구 사이긴 했으나 별로 우정을 느끼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명령을 받고 자기가 어떤 나쁜 짓을 하여 벌을 받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 혼자 왕에게 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세 명의 친구에게 같이 좀 가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소중히 아끼는 친구는 이유도 말하지 않고 무조건 거절했다.

두 번째 친구에게 부탁하자 ‘궁궐 앞까지는 같이 갈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못 가겠네.’라고 했다.

그러나 세 번째 친구는 ‘좋아, 같이 가세. 자네는 아무런 나쁜 짓을 하지 않았으니 조금도 걱정 말게.

내가 같이 가서 왕에게 자네의 결백을 말씀드려 줌세.’라며 응낙했다. 어찌하여 이 세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을까. 첫째 친구는 재산과 같은 것이다. 사람이 아무리 돈을 소중히 여길지라도 죽을 때는 고스란히 남겨 두고 가야만 한다. 두 번째 친구는 친척과 같은 것이다.

장지(葬地)까지는 따라가 주지만 그를 거기에 남겨두고 그 이상은 따라가지 못한다. 세 번째 친구는 선행과 같은 것이다.

착한 행실은 평소에는 별로 마음을 끌지 못하지만 죽은 뒤에는 영원히 그와 함께 있게 마련이다.”유대의 율법서인 탤무드(Talmud)에 실린 얘기다...오래 전 일이지만 호남 모 지역에서 돈푼께나 지니고 살다가 살아서는 물론이요 죽어서도 욕먹는 백모라는 이가 있었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이었던 그는 일제 때 소학교도 중퇴하고 머슴살이부터 시작, 지독한 자린고비 생활로 세끼를 죽으로 해결하고 읍내의 장에 다녀올 때는 차비가 아까워 눈깔사탕 몇 개를 사서 주니에 넣고 입안에 우물거리며 그 먼 갯바람 차디찬 해안 길을 걸어다녔다.

돈이 좀 모아지자 그는 장리를 놓기 시작했는데, 춘궁기에 쌀을 빌려주고 가을 추수 시에 그 배를 회수했다. 돈 되는 귀중품은 물론이요 논밭을 담보로 잡아놓기도 해서 그는 불과 십여 년 만에 지주반열에 올랐다.

빚 상환을 못하는 이들한테는 집달리를 동원해 집이나 재산을 차압하여 유민을 만들고 못 살아 굶는 친척에게는 쌀 한 톨 도와주지 않음은 물론이요, 어느 날 배고파 찾아온 네 살 된 어린 조카와 십대의 막내처제를 한끼 먹이고 축낸다고 쫓아버리곤 했다.

또한 통신강의록으로 독학하여 공무원이 된 동생이 온갖 근검 절약으로 장만하여 아버지 명의로 사놓은 문전옥답을 부친 별세하자 장남이라고 말없이 팔아치웠다. 그리고는 첩까지 들여 자식을 여 낳았다.

그는 베풀지 않아 친구도 없는데다 사람이 몇이라도 모이면 백모란 놈하며 그를 욕하고, 그의 이름 뒤에는 사후까지 ‘놈’자가 붙어 다녔다.

어느 겨울 해질 녘,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읍내 장날에 이자를 받으러갔다가 막걸리 한잔 걸치고 모터싸이클(motorcycle)타고 돌아오던 중 언덕아래 바다와 접한 얼어붙은 강에 추락 뇌진탕으로 즉사하고 말았다.

그가 떠난 뒤 아비의 돈의 힘을 믿고 공부도 하지 않고 망나니짓 하던 자식들은 재산 문제 송사로 분란이 그치지 않더니 가세가 완전히 기울어 거덜나고 말았다... 성서에 이른다.

“사형장에 왔던 무리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 그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의 행한 일을 알지 못함이니다.” 톨스토이는 다음같이 말했다.

“죽음은 영원을 믿지 않는 자의 불행이나 고통을 없애준다. 반면 죽음은 불멸을 믿고 새로운 생활을 기다리고 잇는 자에게는 큰 기쁨이다. 그러므로 만일 죽음의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모든 인간은 죽음을 향하여 다투어 달려갈 것이다.

그러므로 고통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가지 않게 우리들에게 보내어진 선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고뇌를 통하지 않고는 죽음으로 갈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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