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돌담의 존재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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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화산활동에 의해 생겨난 검은 돌 현무암이 지천(至賤)으로 널려 있다. 제주도민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단 한시도 검은 돌을 마주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집과 마을주변에서는 물론이고 산(오름)과 들, 바다 등 그 어디를 가더라도 새까만 현무암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주도 내에서도 검은 돌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한 사례의 하나는 밭과 밭 사이를 가로지르는 경계용 돌담이라 할 수 있다. 이 경계용 돌담은 직선과 곡선을 이루며 제주도 전체를 장식하는 자연물의 일부이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잘 활용하라고 후손들에게 보여주는 제주선민들의 유언장(遺言狀)과도 같은 것이다.

한번, 좁고 좁은 밭들 사이에 돌담은 없고 경작하는 밭들만 그저 밋밋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돌로 가득하다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과연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또한 그 많은 돌들을 어디에다 쌓아두고 번거로움을 피할 것인가.

제주도에는 발길 닿는 곳마다 길게 이어진 돌담이 있어야 제주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러한 배경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입에서 더 많이 오르내린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앞으로 제주돌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제주돌담에 대한 학문적인 차원의 연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단, 이 지면에서는 제주돌담의 존재적 가치에 대해 두 가지만 지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제주돌담은 제주서민의 애환을 담은 의미체(意味體)로서의 존재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 최초로 경작지에 돌담을 쌓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의 김구(金坵) 판관 시절부터라는 역사적인 기록이 보이나, 일부 학자는 사람의 거주역사와 때를 같이한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제주돌담의 역사성을 정확하게 규명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제주도에 선민들이 거주하면서 쌓았다고 하는 사실만큼은 불변 하다는 것이다. 제주선민들은 평소에 밭을 일구는 과정에서 나온 돌들을 멀리 운반하지 않고 경작지의 가장자리에 쌓기도 하고, 또는 자신이 개간한 밭과 인접하는 타인의 밭의 경계를 쉽게 구별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돌들을 활용하여 쌓아온 것이다. 어떤 과정을 걸쳐 쌓았던 지간에 제주선민들의 땀과 노력이 처절하게 스며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두 번째로, 제주돌담의 존재가치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제주도를 상징하는 미학적 요소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주도를 상징하고 장식하는 요소들은 많다, 한라산이 그렇고, 많은 오름들이 그렇다. 그리고 푸른 바다가 그렇고 억척스런 여성들의 모습이 또한 그러하다. 나아가 노랗게 익은 밀감과 둥그렇게 엮은 초가지붕이 제주도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는 동시에 제주도를 장식하는 요소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만약에 제주도에 돌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황량한 모습으로 내비칠 것인가. 제주도에는 시꺼먼 돌담이 줄기차게 얽혀서 이어지고, 그런 가운데 직선과 곡선이 교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자아내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제주도가 전국적으로 아니 세계적으로 제주다움을 한없이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검은 돌의 돌담은 제주도만이 나타낼 수 있는 색깔이자 음색인 것이다.

이상과 같이 제주돌담의 존재가치를 신중히 검토해보면, 이제 제주돌담은 그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의미를 띤 의미체로 존재하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제주돌담을 앞으로 가능한 한 넓은 지역에서 온전하게 보전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염려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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