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이장 맡으며 주변 도움”…광복절 행사서 포상 수여
“말로만 듣던 외할아버지의 전설이 사실로 확인된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제75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만난 고(故) 강봉근 선생(1908~1968)의 딸 강황자(77)씨와 외손자 고경권(50)·성권(46)씨는 그동안 아버지(외할아버지)의 독립운동가 서훈 추진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봉근 선생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출신으로 정의공립보통학교(현 표선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1929년 4월 1일 전남 여수공립수산학교에 입학했다.
1930년 당시 여수공립수산학교 재학 중 광주학생운동을 지지하는 동맹휴교를 계획하다 퇴학처분을 받았다.
고경권씨는 “어린 시절 외삼촌들로부터 외할아버지가 여수에서 학교를 다닐 때 광주학생운동과 관련해서 일본인 교장으로부터 퇴학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서훈을 받게 된 소식을 듣는 순간 단순한 전설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고성권씨는 “가족들과 몇 해전 외할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누나가 묘비에 적힌 독립운동을 사실을 보고 4개월 동안 백방으로 수소문해 서훈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며 “자료를 하나 하나 찾을 때 마다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후 강황자씨는 올해 초 국가보훈처에 서훈 신청을 하게 됐고, 제75주년 광복절을 앞둔 12일 아버지인 강봉근 선생이 조국독립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강봉근 선생은 일본으로 건너가 양복공장을 운영하다가 광복을 맞이하자 제주로 돌아왔다. 1947년부터 1951년까지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장을 역임하고, 1960년에는 성산의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발전을 위해서 헌신했다.
1952년 11월 15일 여수수산고등학교 교장으로부터 조국광복 민족투사로 인정돼 명예졸업장을 받기도 했다.
강황자씨는 “아버지가 일본에 있을 당시 가명으로 양복공장을 하면서 남들을 도와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제야 생각해보니 독립운동과 연관돼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신산리장을 하면서 4·3때 마을 사람들을 많이 돕는 등 주변 이웃을 생각하는 분이었다”며 아버지를 회상했다.
고경권씨는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독립유공자 표창을 받으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명예를 회복해 땅속에서 편히 눈을 감으실 것 같다”며 “올해부터 성산읍 삼달1리 이장을 맡게됐는데 외할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강봉근 선생에 대한 독립유공자 정부포상(대통령표창) 수여는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리는 제7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