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30주년을 회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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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형, 통일교육위원 제주협의회장/논설위원

지난 10월 3일은 독일이 통일된 지 만 30년이 되는 날이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1년이 지나 동·서독은 하나의 통일국가로 출범하였다. 민주평통 제주지역회의(부의장 김성수)는 10월 23일 ‘한반도의 미래와 세계 평화의 섬 제주’라는 대주제 하에 ‘2020 제주국제평화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지역회의가 독자적으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은 아마도 제주지역회의가 처음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의 자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회의의 두 번째 세션에서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의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국사무소장의 ‘독일 통일 30주년과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주제 발표가 있었다. 독일이 통일된 지 3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동·서독 간 경제력이나 사고방식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경제적 통일은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지만 사회적 통일은 사실상 매우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고 젤리거 소장은 강조한다. 이 점은 언젠가 우리가 통일되었을 때 직면할 문제임은 말할 것도 없다. 미리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독일과 한반도 분단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과정에서 이루어졌으며, 독일이 전쟁 책임에 대한 징벌적 분단이었다면, 한반도는 미·소 강대국의 세력 갈등으로 인한 결과물이었다. 분단 이후 한반도에는 치열한 전쟁이 있었지만, 독일의 경우는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동족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는 전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비교적 적었다. 이점에서 냉전의 종식이라는 국제정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독일은 쉽게 통일이 될 수 있었다.

1989년 냉전이 해체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당시 독일의 헬무트 콜 수상과 겐셔 외무장관은 미국의 부시(아버지) 대통령에게 간곡히 도움을 요청했다 거의 매일 전화하고 직접 면담을 자주 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의 반대를 무마시켰다.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서독의 막대한 경제지원을 대가로 동독에 주둔하던 30만명의 소련군을 철수시켰다. 주변국을 설득할 수 있는 지도자들의 외교력이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국제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자국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한 정치지도자를 가졌다는 것은 독일에겐 대단한 행운이었다. 동·서독은 내부적으로도 통일을 향해 차곡차곡 상호 접촉을 쌓아왔다.

1968년 빌리 브란트 수상이 주도한 신동방정책(Neue Ost-Politik)은 동독 사회의 ‘접근을 통한 변환’을 시도하였다. 꾸준히 동·서독 간 교류와 협력이 추진되었으며, 이에 따라 동독인들이 서독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잘 알게 되었다. 동독인들은 서독 TV를 통해서 서독 사정을 잘 알고, 서독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 했다. 동독 내부에 서독으로의 통합을 원하는 동독인들의 열망이 매우 강했다는 점이 바로 독일 통일의 요체였다. 따라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나도록 하는 여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 가족들이 남한 정보를 많이 접한다고 한다. 탈북민들을 보듬어주는 우리 사회의 따스한 온정이 더욱 퍼져나가야 한다.

통일비용 때문에 통일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역사가 지나갈 때 우리는 역사의 외투 끝자락을 꼭 붙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미래를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우리는 꽉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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