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길 따라 오름 따라 066> 오름의 할아버지 - 따라비
 김승태
 2009-11-01 13:17:49  |   조회: 6497
첨부이미지
오름은 오름 나름대로 아름다움도 있지만 오름마다 그에 걸맞은 이름들이 있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따라비를 중심으로 한 오름의 이름들, 따라비 주위에는 큰아들인 장자오름, 어머니가 아들을 품에 껴안은 모지(母子)오름, 작은아들인 새끼오름 등 그럴듯하게 붙여진 이름들이다. 그렇다면 손자는 어디에 있을까? 구좌읍 종달리에 손지오름이 있다.

사람의 이름이 대체로 작명가에 의해 지어진다면 오름의 이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지역 주민들에 의해 형국(形局), 형상(形狀), 지세(地勢), 소재(所在), 자라남(生長), 방향(方向), 전설(傳說) 등을 주요인으로 하여 대소(大小), 내외(內外), 상하(上下)의 개념 등도 끌어들이면서 자연스레 작명된 것으로 보아진다. 그러다 보니 이칭(異稱)도 많았고 그 이름이 주는 의미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작명 당시 곧바로 기록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세월이 흐르면서 표기상에도 혼란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따라비는 일반적으로 ‘따애비, 땅하래비’라 불려지다 따라비, 따래비로 와전되었다는 설과 고구려어의 ‘다라(達乙 : 높다)+비(미 : 산)’에서 경음화 되어 따라비로의 전이되었다는 설 등이 있는데 한자로는 지조악(地祖岳)․다라비(多羅非)․지옹악(地翁岳)이라 표기하고 있다.
따라비(따래비 땅하래비 地祖岳 多羅非 地翁岳, 표선면 가시리 산 62번지, 표고 342m, 비고 107m)는 중산간도로(1136번)와 서성로(1119번)가 만나는 가시사거리에서 성읍리 쪽 100m 지점 왼쪽의 길을 따라 2.8㎞를 가면 기슭(공터)에 도착할 수 있는데 이외에도 표선면 쓰레기처리장 쪽, 성읍2리 버스정류장 쪽, 큰사슴이 쪽 등에서도 각각 기슭에 이를 수 있다.

할아버지의 위용을 갖추기 위해서일까? 따리비는 오름의 멋을 담뿍 안고 완벽에 가까운 미의 경지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는 오름이다. 굼부리는 3개임이 분명한데 연이어지는 봉우리는 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양새를 달리하므로 개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오묘함을 지니고 있다. 만약에 이 오름이 풀밭이 아니고 나무들로 채워졌다면 그 위용과 멋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오름의 아름다움은 큰사슴이 쪽과 성읍2리 버스정류장 쪽에서 들어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름 쪽으로 걸어가면서 오름의 형상을 관망하는 데 있다. 끊어질 듯한 능선은 어느 새 봉우리로 이어졌다가 굼부리로 빠져 들고 이는 다시 능선으로 솟아오르고. 마치 험난한 인생살이의 역정을 보는 듯하다.

들꽃들과 어우러진 민틋한 등성이, 원형과 말굽형의 복합을 이룬 굼부리와 여기저기 자리한 묘들의 조화, 그리고 이 오름을 중심으로 대가족을 이룬 주위 오름들의 배열, 이에 따라 그럴듯하게 붙여진 오름들의 이름은 결코 우연의 소산은 아닐 것이다. 할아버지의 근엄함과 자애로움을 두루 갖추고 있는 따라비의 신비로움은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품으로 찬사를 받을 만하다.

종달리는 먼 옛날에 윤드리를 중심으로 마을을 형성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성읍리와 가시리 등과는 같은 문화권인 것으로 보아진다. 따라서 승천하는 용의 전설을 지닌 구좌읍 종달리의 용눈이와 표선면 성읍리의 모지오름, 표선면 가시리의 할아버지와 구좌읍 종달리의 손자는 우연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이다.

따라비!
할아버지의 위용을 갖추기 위해서일까? 오름의 멋을 듬뿍 껴안고 완벽에 가까운 미의 경지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 사진 : 따라비 정상부에서 바라본 제주 북동부 지역의 오름군
2009-11-01 13:17:49
112.164.206.13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