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우회 소식
걸어서 제주 속으로 5 - 비자림로(대천동사거리~평대초등교 앞)
 김승태
 2011-03-21 15:10:55  |   조회: 6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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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이른 봄에 한랭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성장함으로써 북서 계절풍이 불어와 기온이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꽃이 피는 시기를 시샘하는 추위라 하여 '꽃샘추위'라 일컫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3일에는 대관령이 영하 19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을 영하권으로 끌어내렸고, 제주 산간에는 2~5cm의 눈도 내렸다.

비자림로는 이 도로와 연계되는 곳에 비자나무 자생지인 '비자림'이 있음에 비자림로로 불리게 된 것 같다. 도로 일부 구간이지만 양쪽에 하늘로 향해 곧게 뻗은 삼나무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음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는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아진다. 비자나무보다는 삼나무가 더 많은 비자림로, 송당 입구 삼거리에서 비자림 입구 삼거리 구간에는 도로명에 걸맞게 비자나무를 심어놓았는데 꽤 많이 자라나 있다.

비자림로 걷기 제2일째인 3월 6일, 꽃샘추위는 누그러졌으며 흐린 날씨에 예보대로 잠깐 이슬비가 내렸지만 걷는 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출발지인 대천동사거리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했고, 평대초등학교 앞까지는 3시간 25분(간식 포함)이 소요되었다. 주거리 14.9km, 보조거리 0.1km를 포함해 모두 15.0km였는데 그 여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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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동사거리(08:40)~제2대천교/장기동(08:46)~선족이(웃/알)오름 입구(09:00)~송당목장 입구/제주 이승만 별장(09:05)~금백조로 입구(09:15)~서수머르 입구(09:42)~당오름 입구(09:49)~송당리사거리(09:52)~송당 입구 삼거리/(10:11)~안친오름 입구(10:13)~제주오메가파크미공원 입구(10:35)~비자림 입구 삼거리(11:11)~평대초등교 앞(12:05)

--- 주요 역사의 현장

0 대천동/장기동 : 천미천은 제주 최대(40.6km)의 하천으로서 한라산 정상 동쪽 돌오름에서 발원하여 60여 개의 하천들이 지류를 이루며 표선면 바닷가로 흐른다. 천미천의 한 지류인 진수내('길다의 구개음화 질다의 관형형 진+수(水)+내(川)'로 분석되어 '기다란 냇물'이라 해석할 수 있음)가 흘러가는 동네라 해서 '대천동(大川洞)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아진다. 한편, 장기동은 방목할 터가 넓고 길게 뻗쳤다는 데서 '장기터'라 불려졌는데 2004년 4월에 <제2대천교> 곁에 세운 마을 표석에서는, '300여 년 전, 황무지를 개간하여 터전을 잡고 살아가던 주민들이 1948년 11월에 소개령에 의해 인근 마을로 뿔뿔이 흩어졌고, 토벌대에 의해 마을은 불에 타 폐허가 되었다'라고 소개하면서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음

0 선족이오름 : 이 오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송당리의 지명을 보면, '유근이굴왓, 오봉이굴왓, 득산이터' 등이 있는데 이는 모두 '유근, 오봉, 득산'이라는 사람과 연관을 맺고 있다. 따라서, 이 선족이도 '선족'이라는 사람이 이 오름 주위에 살았기 때문에 선족이라고 명명되었다고 추측되며 이를 한자로 선족이악(仙足伊岳)이라 하고 있다. 2곳의 오름 중 그 위치가 위에 있는 것은 웃선족이, 아래 있는 것은 알선족이로 구분하고 있음

0 송당목장 : 1956년 9월에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정부가 제주도 국립목장 건설을 계획한 후, 이듬해 8월에 송당목장 터에 목장 건설 공사에 착수(공사비 3,540만환)하여 10월 말에 1차 완공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11월에 1차로 육우를 도입했으며, 동시에 대통령령에 의해 국립제주목장으로 공포되었다. 12월에 제2차, 이듬해인 1958년 9월에는 제3차 육우 도입과 함께 이승만 대통령 별장인 귀빈사가 건축되었다. 목장의 규모는 3,000정보(900만 평), 목장 도로 15㎞와 목책 45㎞, 축사 105동, 관사는 8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만 대통령 실각 후인 1963년 1월에 박정희 군사 정부에 의해 국립제주목장은 민간에 매각되어 제주축산개발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명칭도 송당목장으로 변경되어 소와 말을 사육하고 있다. - '향토문화대전'에서 가려 뽑음 -

0 제주 이승만 별장 : 민오름 기슭(구좌읍 송당리 산 156)에 자리잡고 있다. 1957년 미군의 지원으로 한국 공병대가 건축한 이 별장은 234.7㎡에 콘크리트 건물 1동으로 이뤄져 있다. 1959년에 이승만 대통령이 이 곳에 머물렀던 것을 계기로 '이승만 별장'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국가원수와 관련된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지난 2004년 9월 등록문화재(제113호)로 지정됐다. 사람이 살지 않아 심하게 노후되어 폐가나 다름없는데 최근 들어 관계당국에서 복원을 추진하고 있음

0 금백조로 : 구좌읍 송당리에서 성산읍 수산2리를 연결하는 도로로 그 길이는 16.0km이다. 송당본향신인 금백조를 도로 이름에 원용시켰음

0 서수머르 : 오름의 모양새가 쥐의 머리와 비슷하다 하여 서수(鼠首)+머르(긴 등성이가 있는 산이나 고개의 꼭대기), 이의 변형으로 세수모루라 불려지고 있음

0 당오름 : 이 오름의 북서쪽 기슭에 당(堂)이 있음에 연유하여 당오름, 이를 한자로 당악(堂岳)이라 하고 있다. 제주도에는 어느 마을이나 당신(堂神)을 모시는 당(堂)이 있다. 마을의 당신(堂神)을 보통 조상이라 칭한다. 이 때 조상이란 최초로 마을을 설촌한 조상이거나 혈연적인 조상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당(堂)이 오름에 위치하면 곧 당오름(堂岳, 堂山, 堂山峰)으로 불려지고 있다. 기슭 따라 산책로가 개설되어 있음

0 송당본향당 :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 제9-1호(2005년 4월)로 지정되었다. 제주 지역 모든 본향당의 원조가 되는 곳으로, 당오름 북서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석을 쌓아 만든 높은 담장을 사각 형태로 두른 내부에 단칸짜리 기와지붕의 석실이 있으며 석실 안에 본향신인 금백조의 신위를 모시고 있다. 제주 지역에서는 마을의 토지와 마을 주민의 출생, 사망 등을 관장하는 마을의 수호신을 본향신이라고 하며 본향신을 모신 신당을 본향당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각 마을마다 반드시 본향당이 있었다. 송당리 이외의 곳에서는 송당 본향신의 자손들을 모신다. - NAVER 사전에서 옮김 -

0 송당리 사거리 : 비자림로와 중산간도로(1136번)가 만나는 곳으로 비자림로 개설 당시에는 송당초등학교 입구를 거쳐 마을에서 비자림로 쪽으로 이어졌었는데 현재는 이 지점에서 곧장 비자림 쪽으로 연계되는 도로가 개설되었음

0 안친오름 : 오름의 모양새가 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것 같다 하여 안친(앉힌), 아진('앉아 있는'의 제주어)+오름, 이를 한자로는 좌치악(座置岳), 좌악(坐岳), 아천악(阿穿岳), 아시악(峨 岳) 등으로 표기하고 있음

0 비자림 : 비자나무 군락지로서 1993년 8월 19일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되었다. 구좌읍 평대리에서 남서쪽 약 6km 되는 지점에 448,165㎡ 면적에 500∼800년생 비자나무 2,570 그루가 밀집하여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단순림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나무의 높이는 7∼14m, 지름은 50∼110cm, 수관폭은 10∼15m에 이른다. 나도풍란, 풍란, 콩짜게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착생란과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이외에도 천선과나무, 자귀나무, 아왜나무, 머귀나무, 후박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있다. 1992년에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음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인 ‘비자림로’, 대외에 널리 알려지면서 가수 GOD의 뮤직비디오 ‘길’ 등 CF와 영화 등의 촬영 장소로 활용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그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정말 '아름다운 도로'일까? 무엇이 '아름다운 도로'로 만들었을까? 자동차로만 달려갔던 그 길을 이틀에 걸쳐 걸어보았다. 2002년에 건교부가 전국 88개 도로를 대상으로 '아름다운 도로'를 선정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도로'로서는 무언가 모자란 것만 같다.

눈 내리는 날 비자림로의 삼나무숲길은 모두의 탄성을 자아내는 게 사실이지만 이 하나만 갖고서 '아름다움'이 충족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도로'임을 알리는 안내문과 주요 역사 현장들에 대한 해설문 설치, 지속적인 가로수 정비를 통한 조망권 확보, 구간별로 비자나무를 비롯한 향토 수종의 계획에 의한 식재, 적당한 위치에 쉬어갈 수 있는 편의시설 마련 등을 생각해 볼 일이다.
(2011. 03. 06.)
2011-03-21 15: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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