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당한 세모에 삭풍은 차갑고
잎 떨어진 나무에 산봉우리는 백설이 첨장하였네
베개를 베고 사향에 잠든 꿈이 번거롭고
등불 걸고 수야하며 의관을 바로했네
폭죽 소리 높여 재앙 물리치고
도소주 넘치게 마셔 취흥이 새콤하네
소망했던 계획 이루지 못하고 해를 또 보내니
봄빛이 일어낫는가 납매를 지켜보네
두문불출하니 추운줄 몰랐는데
홀연히 매창을 대하니 눈이 산에 가득하네
겨울밤에 도등하며 지필을 가까이 하다가
오늘아침 탈고하여 의관을 털었네
스승님 찿아가 구를 외우고 족하시니 즐거워
벗을 청해 막걸리 기울이니 달고 또 시네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세모를 맞이하니
신년에도 좋은 일들 서로 보기 바라네.
매화 꽃 터트리며 봄을 알리는 눈보라 추위에
옹옹 기러기 진을 치며 긴 산기슭 넘어 가네
나이 재촉하는 섣달에 늙은이 시를 짓고
연하장 쓰며 갓 쓴 문사 예의를 갖추네
뇌리에 번뇌 잊으려 미친 듯이 노래하고
가슴속 고인 삶을 풀며 술 취해 읊조리네
먼지 털고 세모 하늘을 우러러 즐겁게
글 쓰며 서재에서 창밖을 바라보네.